나폴리 마피아를 다룬 영화가 이탈리아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고모라>가 5월 개봉 이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현재까지 900만유로의 수익을 거뒀다.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나폴리 범죄조직인 ‘카모라’를 다룬 이 영화는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가 상영 중인 6월에 이탈리아 경찰이 ‘카모라’의 조직원 16명을 검거하고 보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면서 관객의 관심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정치인과 결탁하고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의 땅마저 오염시키는 나폴리 마피아 가문을 극단적인 리얼리즘으로 따라간다. 그래서 대사는 이탈리아 영화관에서도 이탈리아어 자막을 깔아야 할 정도로 심한 나폴리 사투리다. 하지만 영화는 대화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어떠한 대사의 뉘앙스도 없이 그저 사실만을 묵묵히 보여줄 따름이다. 이를테면 한 나폴리 사업가가 이탈리아 북부 기업에 유해 폐기물 처리를 제안한다. 금액은 평균의 절반가격이다. 북부 사업가는 유해폐기물이 (나폴리가 속한) 캄파니아주에 불법으로 매립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이를 수락한다. 유해 폐기물 거래뿐만 아니라 무기거래, 위조, 담배밀수, 마약 밀매, 인신매매, 매춘, 절도 등 범죄를 둘러싼 나폴리의 현실이 사진처럼 영화에 묘사된다. 영화는 폭력을 행하는 등장인물들을 클로즈업으로 비추며 배경은 초점이 흐려져 있다. 현실이 이미 너무나도 생생하기 때문에 폭력을 더욱 폭력적으로 보여주거나 배경을 강조하는 트릭조차 불필요했던 것이다.
이탈리아 평단은 <고모라>가 마피아를 내면으로부터 들여다본 첫 번째 영화라고 평하고 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이 존재하는 현실만을 처참하게 보여주는 탓에 지나치게 희망이 부재하다는 비난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고모라>는 잘못된 환상을 주는 일도 없는 영화다. <첫사랑>(Primo amore)과 <박제사>(L’imbalsamatore) 같은 영화로 이름을 알려온 마테오 가로네는 여섯 번째 장편영화 <고모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아냈다. 지금 이탈리아 영화계는 <고모라>의 비평적, 흥행적 성공 앞에서 르네상스의 도래라며 반가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