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오구리 순] 지금은 오구리의 계절
2008-07-03
글 : 정재혁
<크로우즈 제로>의 오구리 순

2007년 일본의 많은 대중문화 잡지와 신문들은 오구리 순(小栗旬)의 이름인 순을 따와 그해를 오구리의 계절(旬)이라 칭했다. 1998년 드라마 <GTO>로 데뷔했고, 드라마 <서머 스노>(2000)의 청각장애인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넓힌 오구리 순은 2005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빠르게 상승했다. 긴 팔다리와 늘씬한 몸을 뽐내는 하나자와 루이 역은 그를 단번에 ‘왕자님’으로 포장했다. 이후 그의 아이돌적인 이미지와 인기는 다시 한번 이어져 <꽃보다 남자2 리턴즈>(2007)와 하나자와 루이의 변형 캐릭터 사노 이즈미(<아름다운 그대에게~꽃미남 파라다이스>(2007))로 계속됐다. 고독을 유희하는 재벌집 아들과 상처를 가슴에 숨긴 육상선수. 하지만 갑작스러운 환호에 대해 오구리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렇게 바빠질 줄 몰랐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정열대륙>이 200일간 따라붙은 밀착취재에서 그는 100여일이 지났을 때 “인기는 1년 뒤면 끝날 거다. 여기에 우쭐하면 스스로 무너진다”고 말했다. 단 200일 안에 벌어진 엄청난 변화보단 그에겐 더 중요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20살 되던 해 처음 만난 연극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와 두편의 영화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 <크로우즈 제로>를 함께한 미이케 다카시.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전쟁 같은 스케줄 속에서 오구리는 2007년 니나가와와 함께 두편의 연극 <마음에 드시는 대로>와 <칼리귤라>를 마쳤다. 스타로 부풀려지는 상황에서도 “이미지의 허상”과 “진짜 미래”가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때로는 초조해하고, 때로는 화로 터뜨리며 찾은 대답. <칼리귤라> 공연을 마치고 오구리는 “이제 무엇을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다. 공포가 있어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각인된 ‘하얀 성 속 왕자님’의 옷을 스타, 환호성, 인기와 함께 날려버린 오구리 순. 그의 차기작은 영화 <크로우즈 제로2> <뱀에 피어스>와 연극 <무사시>. 가파른 경사길을 단숨에 올라온 오구리의 계절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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