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해프닝>의 엘리엇 무어(찬조출연: <불편한 진실>의 앨 고어)
2008-07-03
글 : 김도훈
“식물을 괴롭히지 맙시다”
<해프닝>

-오늘은 초큼 진지하게 좌담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제는 ‘환경의 역습’입니다. 패널로 나오신 분들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엘리엇 무어: 안녕하십니까 저는 필라델피아의 한 중학교에서 자연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엘리엇 무어라고 합니다.
=앨 고어: 반갑습니다. 저는 더 많은 득표를 받고로 대선에서 떨어진 전 미국 대통령 후보로 최근에는 미스터 그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환경문제에 힘쓰고 있으며 지지난해 <불편한 진실>로 오스카를 받은 미국 정계의 실세 앨 고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근데 앨 고어씨는 소개 인사가 참 불편하게 기네요. 초큼 줄여주세요. 게다가 요즘 대세는 바락 오바마 아닙니까. 실세라는 말도 좀 빼주시고요.
=앨 고어: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부통령 출신 거물에게 이런 식으로 따지시면 좀 곤란합니다.
=엘리엇 무어: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오늘 주제는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환경문제 아닌가요. 시간도 없는데 두분 다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그러게요. 곤란하지요. 하여간 저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얼마 전 미국 동북부를 휩쓸고 지나간 자살 광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섭니다. 엘리엇 무어씨. 재앙의 몇 안 되는 생존자로서 대체 자살 광풍의 원인이라고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엘리엇 무어: 아직 확실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단언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제 경험으로 보건대 식물이 내뿜은 독소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식물이 인간을 위협인자로 인식한 나머지 자기 방어를 위해 독소를 뿜어낸 거라는 가설이 경험상 딱 들어맞는 거 같더라고요.
=앨 고어: 제 가설은 이렇습니다. 지난 2005년이 지구 65만년의 역사에서 가장 온도가 높았던 해거든요. 그리고 기온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바로 인류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입니다. 그래서 북극 빙하는 10년 주기로 9%씩 녹고 있어요. 곧 뉴욕이나 필라델피아 같은 대도시도 물에 잠기게 될 거고요, 허리케인도 증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해야만 합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그마한 것이라도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위대하신 여러분, 여러분이 지금 바로 하실 수 있는 일은….

-잠깐만, 잠깐만요. 엘리엇씨는 얼마 전에 벌어진 자살 광풍이 식물이 내뿜은 독소 때문일 것 같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온난화 방지 캠페인을 하시면 어떡합니까. 그리고 이건 방송이 아니라서 목소리 높이셔도 별 소용이 없어요. 본론으로 좀 들어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엘리엇 무어: 그럼 제가 다시 말하겠습니다. 사실 식물이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자기 방어능력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이를테면 옥수수나 담배 같은 작물들은 해충이 다가오면 구강분비물을 감지한 뒤에 화학물질을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화학물질은 해충의 천적을 유인하는 효력이 있지요. 그러니까 이번 사태도 식물이 인간에게 자살을 유도하는 화학물질을 내뿜었기 때문에 벌어졌으리라 추측할 수 있지요.
=앨 고어: 바로 그거예요, 제가 말하려는 게. 식물이 원래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뿜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이산화탄소를 과다 배출하기 시작한 거죠. 이산화탄소가 과다배출되면 식물들이 얼마나 괴롭겠어요. 사람의 경우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하루에 세끼식 먹다가 갑자기 여섯끼를 먹으라 그러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과식, 이거 만병의 근원이거든요. 그러니까 식물들이 더이상 배불러서 못해먹겠다. 이러면서 시위를 하는 거죠.

-아놔. 앨 고어씨.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100분 토론 나온 딴나라 패널도 아니고 말이죠. 말이 되는 이야기를 좀 해주셔야죠.
=엘리엇 무어: 흠, 그러게요. 대충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한 듯하면서도 오묘하게 뭔가 좀 뒤틀려 있네요.
=앨 고어: 아니 말이 왜 안 됩니까. 오스카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상과 주제곡상을 받은 <불편한 진실> 보셨어요? 거기 다 나와 있어요. 문제는 지구 온난화예요. 북극곰이 하루에도 몇 마리나 죽어가는 줄 알아, 당신들. 이렇게 탁상공론을 할 때가 아니에요. 모두 나서서 비닐 봉지 그만 사용하고 헤어스프레이도 줄여야 합니다 여러부운.
=엘리엇 무어: 잠깐만요. 저거 보이세요? 앨 고어씨 앞에 있는 화분이 갑자기 파르르 떨리는데요… 바람도 없는데.

-앞에 있는 사람이 내뿜는 과도한 이산화탄소 때문에 배불러서 못살겠다는 항의를 승무로 표현하는 듯한 오묘한 떨림인데요.
=엘리엇 무어: 이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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