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하우메 발라구에로] “호러물의 플롯과 TV 리얼리티쇼의 영상언어를 결합시키고 싶었다”
2008-07-09
글 : 김도훈
페이크 다큐멘터리 호러 의 하우메 발라구에로 감독

하우메 발라구에로의 <네임리스>(1999)는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의 <야수의 날>(1995)과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떼시스>(1996)를 잇는 새로운 스페인 호러영화의 시작이었다. 이후 발라구에로는 안나 파킨, 레나 올린 같은 국제적 배우들과 <다크니스>(2002)를 만들었고, 칼리스타 플록하트 주연의 <프래절>(Fragiles)(2005)을 감독했다. 두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냥 그랬다. 발라구에로는 장르를 잘 이해하는 연출자지만 스페인의 친우들처럼 타고난 재능은 좀 부족한 듯했다. 2인자의 자리에서 고만고만한 영화만 만들다가 잊혀질 운명이었달까. 지금은 좀 다르다. 오는 7월1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호러영화 <REC>(2007)는 발라구에로의 대표작이자 재기작이다. 비평적, 흥행적 성공을 등에 업고 스페인에서 속편 작업에 한창인 하우메 발라구에로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동문서답도 간간이 있지만 그냥 실었다.

-어떻게 페이크 다큐멘터리 호러영화 <REC>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가.
=우리는 아주 전형적인 호러영화의 플롯과 실시간 리얼리티 TV 방송의 영상언어를 결합시킨 싸구려 호러영화를 하나 만들고 싶었다.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

-P.O.V 핸드헬드 스타일이라는 기술적, 예술적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건 매우 도전적인 작업이었을 텐데.
=우리는 이 영화를 오로지 P.O.V로 찍어낸 다큐멘터리처럼 작업했다. 촬영 전에는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했고 카메라의 위치도 가장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TV 리얼리티 쇼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한 것이다. 영화 속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캐릭터들의 리액션이 어떨까를 늘 염두에 두고서 가장 현실적으로 담는 것에 중점을 뒀다.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느낌을 잘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당신은 이 영화를 <로마산타>(Romasanta, 2004)의 감독 파코 플라자와 공동으로 연출했다.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눈 것인가.
=둘이 사전에 합의를 봤다. 만약 둘 중 한명이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불편하게 느낀다면 그건 아예 영화에서 배제하기로 말이다. 이런 합의가 공동작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그에 따라 모든 사항을 함께 결정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히 리얼하다. 그들에게 정해진 대본을 준 것인가 아니면 특정한 장면에서의 리액션을 뽑아내기 위해 다른 일들을 꾸몄나.
=이것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버전으로 이야기를 해온 터라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는 시나리오와 매우 흡사하지만 가장 리얼하게 찍기 위해서 현장에서 많은 작업을 했다. 사실 다른 영화들과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고 말하겠다.

-<클로버필드> <다이어리 오브 데드> 등 지난해와 올해 <REC>와 똑같은 형식을 차용한 장르영화들이 쏟아져나왔다. 예술가로서 이 부분에 어떤 공통적인 잠재의식 같은 것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정말 놀랍다(shocking). 하지만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크니스>와 <REC>, 그리고 전작들을 보면 당신의 장기는 어둠에 대한 관객의 공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걸 장르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당신만의 전략은 뭔가.
=어둠은 시각을 차단한다. 바로 앞에 존재할 수도 있는 무언가를 전혀 볼 수 없게 만드는 거다. 이 부분이 그런 상황을 도발적이면서도 위협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REC>는 좀비영화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일종의 오컬트영화로까지 변환한다. 그리고 당신 영화에는 언제나 조금씩의 오컬트적 요소들이 들어 있다. 혹시 이건 당신이 가톨릭 사회에서 자라난 스페인 감독이라서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르지. 흥미롭게도 스페인 내에서는 누구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데 스페인 바깥에서는 늘 이 질문을 듣는다. 글쎄.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닐 땐 매일매일 십자가에 매달린 남자가 벽에 걸려 있는 걸 봐야만 했다. 그리고 스페인 문화는 지난 천년 동안 미술 등 수많은 부분에서 아주 엄격하게 종교적이었다.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 무언가가 우리 내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스페인 호러 감독들이 전세계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당신들을 다른 유럽 호러 감독들과 구분하는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다. 나는 <버려진 아이들>(The Abandoned)의 나초 세르다,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타임크라임>(Timecrimes)의 나초 비갈론도 등과 잘 알고 지낸다. 우리의 공통점이라면 비디오 클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라는 것. 그리고 에릭 로메르를 조지 로메로만큼 좋아한다는 거다.

-<REC>는 미국에서 리메이크 중이다. 얼마나 관여했나.
=벌써 완성돼서 유튜브에도 예고편이 올라와 있더라. 그런데 미국에서 리메이크한다는 사실을 나도 인터넷으로 보고 알았다. 우리는 리메이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사진제공 (주)화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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