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7월7일(월) 오후 2시
장소 용산 CGV
개봉 7월17일
이 영화
1930년대로 추정되는 시기, 만주에는 조선인을 비롯하여 일본인, 만주인, 중국인, 러시아인들이 뒤얽혀 싸우듯 살아가고 있다. 마적단 두목 박창이(이병헌)는 한 친일인사로부터 수수께끼의 지도를 찾아올 것을 지시받는다. 창이는 지도를 쥐고 있는 일본인 가네마루가 탄 열차를 세워 강탈하려 한다. 하지만 우연히도 이 열차는 이미 강도 윤태구(송강호)가 장악하고 있다. 그는 가네마루로부터 금은보화와 함께 지도를 빼앗는다. 태구는 기지를 발휘해 열차를 빠져나가고 창이를 잡기 위해 열차 안에 있던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 또한 태구와 함께 한다. 이제 좋은 놈 도원, 나쁜 놈 창이, 이상한 놈 태구의 쫓고 쫓기는 대 추격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마적단인 삼국파와 일본군, 조선 독립군까지 지도를 노리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진다. 과연 지도는 누가 갖게 될 것인가. 그리고 이 지도의 비밀은 무엇인가.
말말말
“이 영화가 명작이나 걸작이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오락영화의 진심을 담으려 했습니다. 한국영화가 어려운데 오락영화의 새 돌파구와 신기원을 열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김지운 감독
“이병헌씨와 정우성씨는 개인적으로 팬인데, 수없는 작품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놈놈놈>에서처럼 멋진 모습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송강호
“정말 신나게 고생한 영화라서 신나게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송강호씨를 보면서 웃겨도 이렇게까지 웃길 수 있나 생각했습니다. 명 코미디 연기를 마음에 담아가셔도 좋을 것입니다.” -이병헌
“(송)강호형이 팬이라는데 사인 한장도 안 받으시더라고요. (웃음) 강호형은 명 연기를 했고요, 병헌이형이랑 저는… 네 멋있는 것 맞습니다. (웃음)” -정우성
100자평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석양의 건맨2-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6)에서 제목을 딴 ‘만주 웨스턴’이다. ‘만주 웨스턴’은 1960년대 만들어지다가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1971) 이후 자취를 감춘 장르로, 한마디로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말 달리고 총질하는 영화이다. 미국 웨스턴 영화를 보면서 ‘(니들은) 쓸쓸히 사라질 황야가 있다니 부러울 뿐’이라는 논평을 하기도 했던 한반도의 정착민들에게 ‘만주 웨스턴’은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 독립운동사 등을 통해 잠시 엿보자면, 1930년대 만주는 개척시대 미서부 못지 않게 아노미한 장소였다. 군벌과 마적이 군웅활거하는 이질적이고 혼종적인 다국적 공간으로, 자유도 100%의 기개와 활력이 넘치는 무질서의 공간이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첫째가 배경이고 둘째가 인물이다. <놈놈놈>은 세명의 주인공은 물론이고, 개성있는 조연들이 한 떼거리로 나오는 ‘총력전 체제’ 영화이다. 그 중에서도 (나머지 두 주인공의 살인적 ‘가오’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주인공은 ‘이상한 놈’(송강호)이다. 그는 진정으로 한국적 영웅의 아우라를 풍기는! ‘(잡초처럼) 질긴 놈’이다.(안내 말씀 : 7월11일부터 8월1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시네 바캉스 서울’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갖는다. 이 영화가 오마주를 바치는 <석양의 무법자>를 비롯하여,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회고전과 함께 강의도 있을 예정이므로 곁들여 보는 것도 꽤 근사한 감상이 될 것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놈놈놈>의 만주는 블레이드 런너의 SF를 뺨칠만큼 분주하다. 장르 인용 출처도 두 개나 되는 데다가 30년대 만주의 무국적, 다문화 상황 역시 극도로 과장되었다. 덕택이 영화는 번잡하기 그지 없다. 이야기도 많고 악당들도 많고 심지어 주인공들도 많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놈놈놈에서 보았던 광활한 황폐함을 기대하지는 마시길. 광활한 만주벌판이 이렇게 좁아보인 적은 없었다.
듀나│ 영화평론가광활한 만주의 모래바람과 삐걱거리는 판자집, 보물지도를 두고 얽히고설킨 총잡이들. 스파게티 웨스턴에 영향 받아 만들어졌다던, ‘일본놈’을 공공의 적으로 삼은 이른바 ‘만주 웨스턴’이 화려하게 재림했다. 재빠른 편집과 핸드 헬드 카메라 속에서 쫓고 쫓기는 인물들, 영화는 셀지오 레오네의 정서적 측면보다는 쟝고나 튜니티 식의 쉼 없는 오락적 요소가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다. 말과 오토바이와 지프차가 뒤엉킨 황야의 추격신은 백미. 언제나 상황파악 안 되는 송강호의 유머나 무시무시한 칼잡이 이병헌의 변신도 좋고, 말 타고 장총을 쏘는 모습만큼은 미국과 이탈리아의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정우성의 ‘간지’는 제대로 후덜덜….
주성철 <씨네21> 기자김지운의 최근 영화들은 '가오' 혹은 '폼'을 위한 영화였다. 이걸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폼은 정말 잘 잡으면 폼 만으로도 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고 김지운은 그걸 썩 잘해내는 감독이다. 그럼 <놈놈놈>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김지운 영화의 영화적 폼의 결정체다. 번들번들 근사해서 2시간30분 내내 눈이 호강이다. 근데 만주벌판을 말달리는 주인공들의 셔츠와 이빨마저 화보 촬영중인 청담동 패셔니스타의 것처럼 새하얗게 빛이날 땐 화면에 진흙 한줌을 덧바르고 싶은 못된 욕구가 생긴다.
김도훈 <씨네21> 기자<놈놈놈>은 근본 있는 영화다. 좋고 나쁘고 이상한 세 명의 캐릭터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를 사사했으며, 1930년대 만주라는 요지경의 공간은 이만희의 <쇠사슬을 끊어라>를 아버지로 모셨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버지와 스승의 미덕까지 근본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단순하지만 명확했던 레오네의 주인공 악당들과 달리 김지운의 ‘놈’들은 생각이 많아 종종 극의 혼란을 유발한다. 이만희는 일제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웨스턴 장르에 영민하게 포함시켰지만, 이 영화의 독립군 에피소드는 제 역할을 못한 채 활극에 묻힌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놈놈놈>은 여전히 흥미롭다.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의 연기는 부족함이 없으며, 사람과 인종과 문화가 한데 충돌하는 만주는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무방비 도시’로 둔갑한다. 아버지의 이름에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장영엽 <씨네21> 기자화면 땟깔 좋고 배우들 간지 작렬에 또.. 음.. 근데 이게 전부인 것 같다. 나는 웨스턴 장르에 왜 돈을 퍼붓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장르영화란 주류 영화들이 박터지게 싸울 때 그 틈새를 공략해, 자기만의 개성과 세계를 구축하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황량한 벌판에 시가를 물고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 무법자의 모습만으로도 웨스턴 영화의 분위기가 줄줄 흘러야 한다. 불행하게도 <놈놈놈>에서는 웨스턴의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세르지오 레오네에 대한 오마주가 되겠지만 <놈놈놈>에서 똑같이 재현이 되는 장면들은 신기할 정도로 분위기가 없다. 독립군 얘기와 함께 '이상한 놈'이 잠시 쉬어가는 아편굴의 에피소드는 차라리 없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후반부의 튀는 편집으로 인해 '나쁜 놈'이 자기 부하를 갑작스레 죽이게 되는 상황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장면 연결의 부자연스러움이 눈에 튈 정도여서 개봉 전에 반드시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놈놈놈>은 그간 노련하게 여러 장르들을 섭렵하던 김지운 감독이 대작영화의 규모에 짓눌린다는 인상이 강하다. 액션 스케일은 크고 캐릭터 역시 극강의 폼을 구사하지만 마지막 황야를 배경으로 한 추격전의 액션을 제외하면 오락 영화로서 흥이나는 곳이 별로 없다. 신명나는 오락영화를 추구했겠지만, 그러기엔 영화가 너무 길어 보인다. <놈놈놈>은 웨스턴이 아닌, 대작 규모로 제작된 퓨전 스타일의 액션 어드벤처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