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7월 8일(화)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개봉 7월 24일
이 영화
가끔씩 동네 아주머니들 앞에서 김추자의 노래를 부르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인 순이(수애)는 외아들 상길(엄태웅)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시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매달 군대 간 남편의 면회를 간다. 하지만 고향의 순이와 별개로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다른 여자를 사귀고 있었던 그는 그녀의 이별통보로 인해 크게 낙심한 상태다. 함께 외박을 나가도 두 사람은 그저 말 없이 시간만 보낼 뿐이다. 그러다 상길은 고참과의 다툼으로 인해 영창과 월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결국 베트남으로 떠난다. 다음 달도 순이는 여느 때처럼 면회를 갔다가 그 소식에 그만 주저앉는다. 순이는 행방조차 알길 없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기를 결심하고, 베트남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밴드리더인 정만(정진영)을 따라 위문공연단의 보컬로 합류한다. ‘써니’란 새 이름으로 인기를 얻은 그녀는 남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호이안으로 가기만을 애타게 바라며 공연에 열중한다.
말말말
“시나리오엔 에필로그가 있는데 아예 찍지 않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충분히 마음이 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전까지 만든 영화들은 즐거운 이야기를 익살과 해학으로 찍었지만 베트남 전쟁은 현존하는 부모님 세대의 일이며, 남의 전쟁이지만 우리의 전쟁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 때의 영향과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니 그들에 대한 은혜와 감사를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이준익 감독
“마지막에 사실 순이가 왜 상길을 때려야하는지 몰라서 감독님과 상의했다. 결국 때리다보니 39대나 때렸다.(웃음)”
-수애
100자평
‘사랑이란 결국 이런 것’이라는 감독의 얘기를 베트남전을 빌어 진득하게 풀어내고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구조 속에서 써니가 남편을 구하러 가는 모습은 거의 <테이큰>처럼 믿기 힘든 판타지에 가깝다. 김추자의 노래는 아련하게 향수를 자극하고 거기에 더해 꽤 공들인 전쟁장면들을 통해 이준익 감독은 올해 여성영화제 ‘최악의 영화상’ 정도 타더라도 별 관심 없다는 듯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래서 간혹 민망하고 황당한 설정이 등장하고, 또한 수애의 고집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듦과 더불어 수애라는 캐릭터 자체에 절대 이입할 수 없음에도 어쨌건 끝까지 그녀 뒤를 따라가게 된다.
주성철 <씨네21> 기자<님은 먼곳에>는 다시 어느 조촐한 밴드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회적으로 실패한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준익이 관심을 두고 가장 잘하는 이야기이다. 착한 사람들 또는 나쁘다 해도 바닥까지 나쁘지는 않은 사람들이 역시 주인공이다. 이 영화에는 뛰어나게 양식화된 캐릭터와 다소 진부한 캐릭터들이 서로 공존하고 있는데, 수애가 맡은 여주인공 써니는 어쩌면 캐릭터의 매력과 상투성 그 둘 모두를 한 몸에 갖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써니를 전격적인 주인공 삼아 전개되는 이 영화의 전반적인 인상도 그와 유사하다. 인물과 상황들의 묘사는 자주 사랑스럽고 절실하여서 희비극적인 매력이 있다. 그런데 동시에 어떤 상투적인 규격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도 실은 저버리기가 힘들다.
정한석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