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아주 특별한 하루
2008-07-15
글 : 오계옥
사진 : 장영엽 (편집장)
11번째 코닥 단편제작 지원작 홍성훈 감독의 <아들의 여자> 촬영현장

“돈이 필요해요…. 돈이 필요하다고요!” 금속과 기계가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맞돌아가는 정밀 공장. 지금 이곳에서는 또 하나의 충돌이 진행 중이다. 느닷없이 나타난 교복 차림의 소녀는 당신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으니 아이 지울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사고뭉치 아들 탓에 산전수전 다 겪은 노동자 아버지는 그리 놀라지도 않는 눈치다. 하지만 소녀의 방문은 남자의 일상에 꽤 큰 파장을 일으킬 예정이다. “돌멩이처럼 와서 박히는 것”이란 홍성훈 감독의 설명처럼, <아들의 여자>는 공통분모라고는 ‘아들’뿐인 너무 다른 두 사람이 하루 동안 서로의 삶에 강렬한 흔적을 남기는 이야기다. 이 특별한 하루가 시작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기에 6월28일 토요일의 촬영장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선배님은 소녀가 올 줄 몰랐던 거니까, 예상 못했다는 느낌으로 보세요.” “(나)해령이(소녀 역)는 망설이다가 큰마음 먹고 들어온 거야.” 감독은 배우의 사소한 행동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다른 날보다 클로즈업숏이 많기 때문. 하지만 돌발상황이 없으면 그게 어디 현장인가. 배우와 감독의 훈훈한 대화를 방해하는 사건들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비가 와서 비닐로 천장 막느라 한번, 기계 관리자가 집에 가서 한번, 금속을 가득 실은 트럭이 현장에 들어와서 한번. 촬영의 흐름이 끊길수록 스탭들만 분주하다. <아들의 여자>는 11번째 코닥 단편제작 지원 당선작이다. 아버지 역으로는 <밀양>에서 유괴범을 연기한 배우 조영진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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