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조디 포스터] 내 아들이 좋아한 소설이라 함께 고민했다
2008-07-17
글 : 주성철
<님스 아일랜드>의 조디 포스터

조디 포스터는 <님스 아일랜드>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언제나 진지하고, 자기 자신보다 가족의 가치를 더 우선하며, 하여간 언젠가부터 늘 흔들림없는 모성을 연기해온 배우였기에 <님스 아일랜드>에서 ‘무장해제’된 그녀의 모습을 보는 건 즐겁다. 주인공 ‘님’과 달리 그녀가 연기하는 소설가 알렉산드라 로버는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에 갇혀 사는 캐릭터다. 마당 우체통에 있는 우편물 꺼내러 가는 것도 꺼릴 정도로 세상의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광장공포증’을 가진 엉뚱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하지만 <님스 아일랜드>를 택하게 된 것은 실제 그녀의 큰아들의 여름방학 독서 리스트에 올라 있던 원작 소설을 함께 읽으면서였다고. 지난 10년간 가장 편한 모습으로 영화 촬영을 끝낸 조디 포스터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데, 구체적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영화 촬영을 시작하기 전, <님스 아일랜드>는 이미 내 아들 찰리의 독서목록에 올라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찰리가 처음으로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그를 독서광으로 만들었다. 우리 둘은 이 책의 등장인물들, 특히 동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어떻게 소설 속의 많은 아이디어들을 영화로 옮길 수 있을까를 같이 고민했다. 소설을 영화화할 때는 변화가 있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영화화되면서 스케일이 좀더 커진 것 같다.

-아이들의 영향으로 이 영화를 촬영하게 됐지만, 반대로 로케이션 촬영으로 인해 오랫동안 집을 비워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었겠다.
=아이들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촬영장에 왔었다. 내 이전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가 아동영화였기 때문에 꽤 오래도록 촬영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촬영을 한 게 아님에도 촬영장에서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영화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특별히 떠올린 작품들은 없었나.
=음, 70년대 디즈니 영화들을 생각나게 했다. <님스 아일랜드>는 폭파장면이나 컴퓨터그래픽 효과보다는, 아름다운 실제 장면들이 많은 영화다. 진실된 스토리를, 기교없이 풀어나가는 아동용 영화가 요즘 참 드문데 그런 점에서 옛 생각이 났다.

-겁도 많고 광장공포증을 가진 소설 작가를 연기하기 위해 습관이나 버릇, 헤어스타일과 외모 등 특별히 설정한 것이 있었나.
=알렉산드라가 항상 자기 세계에만 갇혀 살기를 원하는 캐릭터처럼 보이기를 바랐다. 그녀는 자기 외모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작가이다 보니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기도 하다. 어쨌건 흐트러지고 지저분할수록 좋았다. (웃음) 그리고 광장공포증에 대해 공부도 했다. 그동안 공포와 생존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많이 했기에 그때의 감정들을 우스꽝스럽게 바꿔보려고 시도했다.

-영화에서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당신이, ‘님’을 위해 나갈 결심을 하게 될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나는 알렉산드라가, 님이 자신의 어렸을 때 모습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에 구출하러 갔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 가야만 한다는 감정은 모성애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내 이전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섬의 풍광이나 바다가 인상적이다. 어땠나.
=힌친브룩 섬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북퀸즐랜드 해안쪽에 있다. 진정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며, 사람은 거주할 수 없고, 관리위원회가 철저히 보호 관리하고 있다. 그곳에는 심지어 악어도 살고 있는 정말 놀랄 만한 곳이다. 그런 멋진 풍광은 촬영에 몰입하는 데 큰 동기가 됐다.

-제라드 버틀러, 에비게일 브레슬린과 연기한 소감에 대해 얘기해 달라.
=버틀러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처음하는 작업인데도 촬영 중에 그와 정말 친하게 지냈다. 자주 저녁을 같이 먹었고 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에비게일을 보면서는 내가 아역배우로 일하던 시절의 추억이 많이 떠올랐다. 나 역시 에비게일처럼, 마치 서커스 단원들처럼 가족과 이리저리 먼 곳으로 이동하곤 했다.

-여전히 예전과 같은 외모와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데,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런 멜로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주윤발과 함께했던 <애나 앤드 킹>(1999)이 아마도 내가 출연한 최후의 로맨스 멜로드라마였던 것 같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아무래도 나는 멜로보다는 다른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전에도 몇 안 되는 로맨틱코미디물에 출연하긴 했지만 사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또한 멜로영화들은 이상하게 내가 제대로 잘하기가 쉽지 않다. (웃음)

사진제공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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