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최초의 우주비행사는 가가린이 아니다?
2008-07-16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스페이스 침스: 우주선을 찾아서>로 돌아본 우주비행의 역사와 동물들의 헌신
<스페이스 침스: 우주선을 찾아서>

1961년 1월31일, 미국의 유인우주선 프로젝트 머큐리 계획에 참여한 침팬지 ‘햄’은 MR-2라고 쓰인 캡슐에 싸여 우주선에 올라 17분간 비행에 성공했다. <스페이스 침스: 우주선을 찾아서>는 웜홀에 빠진 무인탐사선을 찾기 위해 햄의 자손들을 보낸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 생리학적으로 유사하다는 과학적 근거 외에도 훈련이 가능한 실용적인 근거로 채택된 침팬지와 우주비행의 역사, 그리고 그와 연결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자.

1.우주를 여는 손잡이, 머큐리 계획

1960년대 초까지 미국과 러시아는 우주를 여는 문의 손잡이를 누가 먼저 잡을 것인가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머큐리 계획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설립 당시 발표한 목표로, 1957년 10월 러시아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동반자)를 발사해 미국을 큰 충격으로 몰아넣은 뒤 미국에서 질세라 발표한 유인우주선 프로젝트다. 미국은 공개로, 러시아는 비공개로 진행한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은 생명체가 무중력 상태를 견딜 수 있느냐는 거였고, 답변을 얻기 위해 양국은 사람을 대신한 생명체 즉 동물을 우주로 보냈다. 미국은 원숭이, 침팬지 등 영장류를 주로 이용한 반면, 러시아는 스트레스를 덜 받을 거란 추측 아래 개를 선택했다. 하지만 유인우주선 프로젝트에서 축포를 터뜨린 쪽은 러시아였다. 햄이 우주비행을 성공한 뒤 2개월 만인 1961년 4월12일 보스토크(동쪽)에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태워 우주로 보냈다. 가가린은 인간 중 최초로 지구의 반쪽을 온전히 바라보았고, “다양한 색깔의 물감을 마구 풀어놓은 팔레트”라는 시적인 표현으로 그 모습을 설명했다. 유인우주선 경쟁에서 러시아가 쟁취한 승리는 그 뒤 달을 향한 미국과의 극심한 경쟁으로 이어져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가 달착륙선을 성공시킬 때까지 계속됐다.

2.인간보다 먼저 우주로 간 동물들

40:1의 경쟁률를 뚫고 우주선에 오른 햄은 최초의 우주동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까지 우주동물들이 탑승에 의미를 두었다면, 햄은 탑승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우주비행에 참여했다. 1957년 카메룬에서 수렵꾼에게 생포된 햄은 할로맨 공군기지로 팔려갔다. 2살 때부터 빛과 소리에 반응하는 훈련을 받았고 섬광을 보면 5초 이내에 레버를 당기는 과제를 연습했다. 훈련 당시 실패할 경우 발바닥에 부드러운 전기충격이 가해졌고, 성공하면 바나나환을 상으로 받았다. 햄은 우주에서도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했는데, 지상보다 평균 1초 늦은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멍든 코를 제외하면 다친 곳 하나없이 지구로 귀환한 햄의 데이터는 그해 5월 미국 최초 우주인이 된 앨런 세퍼드가 프리덤 7호에 승선하는 데 충실한 밑바탕이 됐다. 햄은 비행 뒤 워싱턴DC의 국립동물원으로 옮겨졌고, 1983년 26살의 나이로 죽었다. 미국에서 햄이 유명세를 누렸다면, 러시아에서는 라이카가 최초의 우주견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햄과 달리 라이카는 처음부터 죽을 운명으로 대기권 밖에 보내졌다. 이유는 과학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본래 유기견이었던 라이카는 1957년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졌는데, 7일 뒤에 안락사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라이카가 발사 5시간 뒤 고온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는 설도 있어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그 뒤 과학자들은 종과 조건을 다양화한 동물들을 우주로 보냈고 저중력 상태가 뇌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 소비에트, 프랑스, 일본, 중국 5개국 과학자들은 우주비행에 동물을 사용했다. 손실도 있었지만 이 자료들 없이는 오늘의 업적도 없었다는 것이 다수의 결론이다.

3. 인간과 침팬지 얼마나 유사한가?

<스페이스 침스: 우주선을 찾아서>에는 “인간과 침팬지가 99.9% 유사하다”는 대사가 나온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인간과 침팬지의 게놈은 97~99%까지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진 사실. 그렇다면 인간의 조상이 침팬지일 가능성도 있을까? 그러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DNA 1개를 구성하는 정보는 30억쌍이고, 이는 백과사전 1천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4%가 다르다고 해도 120억쌍이고, 단일 정보수로 계산하면 2배다. 1920년부터 인간과 침팬지가 유사하다는 가정은 있었다. 휴맨지, 츄먼, 혹은 맨팬지라고 불리는 가상의 하이브리드는 소비에트의 생물학자 이바노프에 의한 일련의 실험들이 가장 유명하다. 이바노프는 인간과 침팬지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키려고 했으나 정치적인 반대에 부딪혔고 과학적 성과도 얻지 못했다. 휴맨지에 대한 루머는 역사 속에 종종 있어왔다. 11세기에는 키우던 영장류가 안주인의 성노리개가 되었다가 질투로 주인을 공격했다는 설이 있으며, 아우슈비츠의 악명 높은 의사 요세프 멩겔레는 여성 유대인들을 침팬지의 정자를 주입했다는 거짓말로 고문하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1970년대 미국에서 올리버라는 휴맨지가 인기를 얻었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 올리버는 보통의 침팬지인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올리버는 일생 동안 암컷과 교미하지 않았으며 인간 여자를 보고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2006년, 시애틀의 게놈 연구소에 모인 국제 과학자 67명은 인간과 침팬지의 DNA상 차이가 매우 근소함을 확인했으며 차이를 만드는 유전자적 요소를 추측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앞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침팬지 보호 운동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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