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표현주의의 거장, 프리츠 랑의 대표작 <메트로폴리스>의 삭제본 중 일부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작은 영화박물관에서 발견됐다. <메트로폴리스>는 SF영화의 고전으로, 부르주아와 노동자로 양극화된 미래의 도시를 세련된 화면에 담은 작품.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상영되고 있는 <메트로폴리스>의 스크리닝에는 항상 “필름의 4분의 1은 영원히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는 자막이 함께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에 발견된 세개의 릴은 영화의 주요한 두 장면을 포함한 것으로, 필름을 조사 중인 영화 역사학자 안케 윌케닝에 따르면 “소실된 필름의 대부분을 발견했다”고 한다. 독일의 주간지 <디 자이트>는 7월3일 삭제본에서 따온 흑백 스틸을 공개했는데, 거기엔 군중이 모여 있는 장면과 여주인공 브리지트 헬름이 추격자를 피해 도망치는 모습이 포함되어 있었다.
독일영화인 <메트로폴리스>의 삭제본을 아르헨티나의 수도에서 발견한 과정은 영화의 줄거리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이야기는 192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영화배급사 ‘테라’에서 시작된다. 당시 이 회사를 운영하던 아돌포 윌슨은 <메트로폴리스>의 오리지널판에 반해 편집되지 않은 복사본을 구입했다. 영화의 배급을 맡았던 파라마운트사가 제멋대로 삭제한 편집본(이들은 150분 중 25분가량을 잘라냈다)은 평론가들에게 “원작의 드라마를 완전히 훼손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던 차였다. 극장에서 상영한 뒤 프린트를 파기하는 게 계약상의 조건이었지만, 오리지널판을 아꼈던 윌슨은 조건을 무시한 채 필름을 영화비평가 마누엘 페나 로드리게즈에게 넘겼고, 로드리게즈는 이후 필름을 아르헨티나 국립영화재단에 전달했다. 1992년 이 필름의 복사본이 ‘뮤제오 델 시네’란 영화박물관에 기증됐고, 관장 파울라 디디에가 석달 전 이를 발견하기까지 먼지 속에 고요히 묻혀 있었던 것.
독일영화계는 <메트로폴리스>의 재발견을 쌍수 들어 환영하고 있다. 영화역사가 레이너 로터는 “독일영화 역사상 가장 특별하고 값진 무성영화를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했다. 지금까지 가장 긴 버전의 <메트로폴리스> 복원에 성공한 마르틴 쾨버는 “필름 상태가 어떻든지, 모든 조역 배우와 서브플롯이 살아 숨쉬는 오리지널판이 복원된다는 건 곧 영화의 리듬이 복원된다는 말과 같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