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다루는 개막작 <바시르와 왈츠를>은 뒤통수를 두들기는 듯한 정치적 고백이다. 그러나 프랑스 영화지 <카이에 뒤 시네마>마저 "간단하게 소묘하듯 쓰는 말로 이 영화의 엄청난 힘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라고 탄식했으니 또 한번의 찬사는 그만 두는게 낫겠다. 다만 모두가 간과하고 넘어간 사실이 하나 있다. 영화의 정치적 감흥의 뒤 편에는 아름다운 원색의 세계를 창조한 미학적 마술사들이 숨어있다는 사실 말이다. 아리 폴만을 대신해 부천영화제에 참석한 <바시르와 왈츠를>의 애니메이션 감독 요니 굿맨이 바로 그 미학적 마술사들 중 한명이다. 놀랍게도 그가 이 영화를 위해 사용한 것은 전통적인 ‘컷-아웃 애니메이션’(여러개의 그림 조각을 이용해 한 컷 한 컷 움직여 가며 촬영한 후 연속으로 촬영한 애니메이션)이다. "사람들이 로토스코핑이라고 착각하곤 하지만 <바시르와 왈츠를>에 쓰인 테크닉은 로토스코핑도 아니고 3D도 아닌 컷-아웃 애니메이션이다. 엄청난 노동이 들어간 작업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가 제작 초기부터 희망에 부풀어있었냐고? 열악한 그 동네 애니메이션계 사정을 들어보면 그건 또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실 <바시르와 왈츠를> 이전에 나온 이스라엘산 장편 애니메이션은 62년도의 한 작품 밖에 없다. 게다가 그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반문했다. 절대로 이 영화를 완성시키진 못할거라고(웃음)". <바시르와 왈츠를>을 통해 오랜 애니메이션 미학을 한단계 상승시킨 요니 굿맨은 변방의 애니메이터들이 디즈니나 픽사를 카피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6천만달러의 자본 없이 우리는 결코 디즈니와 픽사의 완성도에 근접할 수 없다. 경쟁은 불가능하다. 대안은 뭔가 독창적인 것을 만드는 거다. 그럼으로써 마침내 우리는 그들과 같은 창조적 레벨에 올라설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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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르와 왈츠를>의 애니메이션 감독 요니 굿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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