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공포영화? 더 불리할 거다
2008-07-19
글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IT 프로젝트의 심사위원으로 부천영화제 찾은 일본의 감독 시미즈 다카시

2007년엔 공포가 아닌 SF더니, 올해엔 감독이 아닌 심사위원이다. 2007년 SF 영화 <유령 대 우주인>을 들고 부천을 찾았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이번엔 장르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 IT 프로젝트의 심사위원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비디오판 <주온> 두편을 시작으로 할리우드판 <주온> 두편까지 자신만의 공포세계를 확고히 세운 그는 공포 신작 대신 심사위원으로서의 셀렘과, 할리우드와 일본에서 다양하게 진행중인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고 기자를 맞았다. 심사를 받던 입장에서 심사를 하게 된 심정, 3년 전부터 떠돌던 새로운 기획에 대한 소식까지. 비행기를 타고 막 도착한 시미즈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IT 프로젝트 심사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스스로도 감독으로서 평소에 여러가지 기획을 만들어 프로듀서나 제작사에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사실 기획을 고른다는 건 프로듀서의 일인데 가끔은 그 위치에 서봐도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을 선정하게 되나.
=아직 과정에 대해선 들은 게 없다. (웃음) 사실 내일 일은 내일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다. 감독과 프로듀서의 경력, 간단한 시놉시스가 적힌 문서는 받았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 재밌는 기획이라도 글로 쓰여있으면 재미가 없어보이기도 하고, 또 실제로 감독, 프로듀서와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매우 매력적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당신만의 심사 기준이 있나.
=일단 내가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참신함이다.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서 보이지 않았던 어떤 것이 그 기획에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쪽에 점수를 더 주지 않을까 싶다.

-주어진 정보가 별로 없는데도 선뜻 심사위원직을 수락했다. 개인적인 기대감이나 믿음이 있었던 건가.
=그렇다. 나도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할 때 내 머리 안에만 가지는 그림이 있다. 사실 그건 문장으로 잘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다. 프로듀서를 만나 이런 거라고 직접 설명해야 ‘아, 그런거냐’고 수긍해준다. 감독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쉽게 수락했던 것 같다. 또 나도 내 영화만 궁리하면 내 세계 안에만 있게 된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세계관을 들으며 무언가 배워가고 싶다.

-후보작 중에 공포물도 몇편 있더라. 당신 심사에서 유리할까.
=아마 반대라고 생각한다. 내가 호러를 많이 해서 그런지 호러영화를 보면 왠지 저건 이걸 따라한 것 같고, 이건 또 저걸 따라한 것 같다. (웃음) 아마 호러 영화엔 좀 더 엄하게 심사할 것 같다.

-호러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비디오판 <주온>부터 할리우드판 <그루지2>까지 마치고 2007년엔 SF물 <유령 대 우주인>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 6월엔 드라마 <동경소녀 사쿠라바나나미>에서 처음으로 연애물을 만들었다. 이제 호러를 잠시 멈추고 새로운 2막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것 같다. 호러를 그만뒀다는 건 아니지만 다른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나를 호러 전문가처럼 생각하지만 그것도 좀 그렇고. 연애나 코메디, 판타지 등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뉴라인시네마에서 준비하던 이와아키 히토시 만화 <기생충>의 영화화는 어떻게 됐나.
=<기생충>은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그런데 우연히 할리우드의 내 에이전시 UTA에서 3년 전에 제안을 해왔다.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각본을 보니 학원 코미디가 되어있더라.(웃음) 마음대로 고쳐서 해도 된다면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잘 진행이 안됐고, 아직도 시나리오를 고쳐쓰고, 대략의 그림을 디자인해서 보여주며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기생충>이 미국에선 모르는 사람이 많아 이게 영화로 만들었을 때 잘 팔릴지 어떨지 주저하고 있는 것 같더라.

-파라마운트하고도 하나의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꽤 오래전에 이야기가 오갔는데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나도 왜 그런진 모르겠다. (웃음) 할리우드란 곳이 그런 것 같다. 진행되는 기획은 굉장히 많은데 그게 아주 위에 있는 분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성립되진 않는다. 가끔은 성급하게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그러면 대부분 실패하는 것 같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부딪혔던 부분이 좀 있는 것 같다. <그루지> <그루지2> 등 지금까지 두 편을 만들었는데 실제 겪어보니 어땠나.
=나 역시 일본 시스템 안에서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라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배우 시간 때문에 촬영이 늦어지고, 말도 안되게 두꺼운 계약서가 오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을 찍게 해준다면 앞으로도 하고 싶다. 또 아까 이야기한 <동경소녀> 시리즈는 사실 놀랄만큼의 저예산으로 만든 거다. 로케 장소가 없어서 우리 집에서 찍기도 했고. (웃음) <유령 대 우주인>도 내 회사에서 돈을 모아 제작한 거다. 저예산이든, 대작이든 양쪽을 다 계속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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