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アヒルと鴨のコインロッカ-
나카무라 요시히로 | 일본 | 2007년 | 110분 | 오프 더 판타스틱
집오리와 들오리의 차이점이 뭘까. 주인공 가와사키(마쓰다 류헤이)의 여자친구 고토미(세키 메구미)는 집오리는 일본의 오리, 들오리는 외국에서 건너온 오리라고 말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길거리를 지나며 무심히 내뱉는 이 말은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에서 핵심이 된다. 장편 데뷔작 <루트 225>에서 길 잃은 사춘기 남매의 방황을 무한소수인 루트 값으로 표현했던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에선 알쏭달쏭한 두 오리를 암호로 주인공 도르지(에이타)의 혼란을 그린다. 새로 이사 온 옆집 남자 시이나(하마다 가쿠)를 꾀어 고시엔 사전을 훔치자고 제의하는 가와사키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청춘이다. 그는 또 다른 이웃인 부탄인 도르지를 위해 모든 일본어 낱말이 다 들어간 고시엔 사전을 훔쳐 선물하자고 시이나에게 제안하지만 그 말도 썩 믿음직스럽진 않다. 영화는 두 남자의 서점 습격 사건을 바탕으로 가와사키의 과거, 도르지의 현재 등을 복잡한 시점 교차로 털어놓는데 그게 아슬아슬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집오리와 함께 지내야 하는 들오리의 외로움이, 사전을 훔쳐서라도 일본 사회와 부딪히려는 주인공의 아픈 마음이 과하지 않게 표현된다. 영화의 원작은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이사카는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나카무라 감독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최연소 신도 가네코 상을 수상했다. 겹겹이 꼬인 소설의 구성을 살린 다중 시점의 화법,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는 봅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삽입하는 시점과 편집도 훌륭하다. 어딘가 미로를 헤매다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나카무라 감독의 전작 <루트 225>를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완 달리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청춘 도르지를 연기한 에이타의 애절한 모습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