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줄리언 무어의 위대한, 위험한 연기 <세비지 그레이스>
2008-07-19
글 : 김도훈

세비지 그레이스 Savage Grace
톰 칼린/ 스페인, 프랑스, 미국 /2007년/ 95분/ 스트레인지 오마쥬

부유한 중년 부인 바바라 달리 베이클라이트는 1972년 12월17일 런던의 저택에서 칼에 찔린 채 사망했다. 범인은 아들이었다. 대체 왜 무시무시한 거부의 아들은 어머니를 칼로 난자한 것일까. 리처드 롭과 레오폴드 사건을 다룬 <졸도>(Swoon, 1992)를 내놓으며 토드 헤인즈와 함께 뉴 퀴어 시네마의 기수로 칭송받았던 톰 칼린은 15년 만의 신작을 통해 여전히 2가지 소재에 탐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는 실제 살인 사건. 또 다른 하나는 섹슈얼리티다. <세비지 그레이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살인 사건 중 하나인 베이클랜드 살인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바바라는 남편 브룩스, 아들 토니와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사치스러운 삶을 즐긴다. 그러나 남편이 떠나자 그녀의 집착은 동성애자인 아들에게로 향하고, 결국 모든 것을 가졌던 가족은 근친상간과 존속살해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린다. 진지한 영화학자인 동시에 유미주의자인 톰 칼린은 극단적으로 재단된 미장센을 통해 관객의 목을 서서히 짓누른다. 그 졸도의 순간들을 즐길 줄만 안다면 <세비지 그레이스>는 견딜 만한 고문이 될 거다. 줄리언 무어는 대단하다. 예민하고 선병질적인 중년 여자를 지구에서 가장 잘 연기하는 이 여자는 자신의 모든 스테레오타입을 극단으로 밀어붙여서 괴물을 창조해냈다. 위대한, 위험한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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