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믿음직한 일본영화의 대안
2008-07-20
글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배우 에이타

예상했던만큼 에이타는 말수가 적었다. 많이 알려진 <노다메 칸타빌레>의 활기찬 류타로보다 그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과묵한 도르지에 가까워보였다. 일본에 사는 부탄인 도르지를 연기한 그는 세상과 화해하지 못한 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품고있듯 간단한 질문에도 거듭 생각한 단어로 신중히 답했다. 2005년 영화 <써머타임머신 블루스>로 첫 주연 자리를 꿰참과 동시에 드라마, CF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일본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하고 있는 에이타. 그와 가진 30분간의 인터뷰는 그의 묵중한 대답 덕에 짧지만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원작은 어떻게 읽었나.
=이사와 씨의 작품을 읽은 게 처음이다. 2년 전에서 현재로 오는 이야기 전환 방법이 새로웠다. 놀람도 많았지만 도르지가 어떤 복장일지 말투일지 상상하며 읽었다.

-도르지란 캐릭터는 내면이 복잡하다. 어떻게 접근했나.
=가능하면 많이 결정하지 않고 가려고 했다. 다만 가와사키를 연기한 마츠다 류헤이씨와 촬영 시작 전에 몇가지는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는 류헤이의 평소 움직임을 흉내내고 싶었다. 영화에서 내가 담배를 손으로 터는데 그건 류헤이가 평소에 하는 행동이다. 나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 또 중요한 건 도르지가 가와사키인척 연기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한 사람이라는 거다.

-밥 딜런의 노래 <Blowin in the wind>가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다. 이 노래를 알고 있었나.
=들은 적은 있다. 일단 노래를 외워야했기 때문에 가사나 멜로디에 매달려 있었다. 어떤 노래인지 처음엔 잘 몰랐는데 그냥 내 마음대로 바람은 무언가 자연스럽게 맡겨져있는 거라 생각했다. 기다린다고 불어주지도 않고, 불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해도 부니까. 도르지는 그 안에 있는 인물이란 느낌이었다.

-영화 속 대사에도 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차이가 뭐라 생각하나.
=실제로는 집오리가 해외에서 온 오리고 들오리가 일본 오리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하얀색과 갈색의 차이 아닐까. (웃음) 음…. 둘다 귀엽다.

-이번 영화에서의 캐릭터는 어둡지만 국내에서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류타로는 밝고 유쾌한 인물이다. 본인은 실제로 어디에 더 가깝나.
=글쎄…. (한참을 생각하더니) 나도 잘 모르겠다.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를 추구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언제나 그냥 기분에 맡겨서 한다. 재미없다 느끼면 움츠러질 때도 있고, 재밌으면 또 텐션이 올라간다. 그냥 역에 익숙해지고, 가깝게 다가가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할 뿐이다.

-97년 모델로 데뷔했다. 학창시절에는 축구선수를 했다고 들었는데 배우에 대한 꿈은 없었던 건가.
=축구는 부활동 정도로만 했다. 연예계에 대한 생각은 없었지만 모델을 막 시작할 때에는 이 쪽도 좋다는 느낌이었다. 구체적으로 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없었다. 다만 형이랑 시간이 날 때면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로 영화를 찍으며 놀았기 때문에 그게 현실이 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축구 선수의 세계와 배우의 세계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보는 게 달라지면 생활 패턴은 물론 감정이나 내면도 조금씩 변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가.
=물론 바뀐 부분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가족이 소중하다 생각하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제대로 가져야 한다고 본다. 거기엔 변함이 없다. 인간으로서 하면 안되는 것까지 하며 배우를 하고 싶진 않다. 기본적으로 내 것에만 집중하며 하고싶다.

-본명은 나가야마 에이타다. 성을 빼고 이름만 쓰는 이유가 있나.
=모델 했을 때 알파벳 표기인 EITA를 썼다. 모델은 성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한때는 나가야마 에이타로 이름을 썼던 적도 있는데 점 같은 걸 보니 거기서 에이타라고 하는 게 아티스트로서 꽃을 피울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 (웃음)

-점을 믿는 편인가.
=사실 난 어떤 것도 상관없다. 에이타든 나가야마 에이타든. (웃음)

-차기작이 야쿠쇼 코지의 감독 데뷔작인 <두꺼비의 기름>이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고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그 분이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거라도 꼭 하고 싶었다. 야쿠쇼씨가 제 아버지라는 설정인데 대본이 매우 좋았다. 이건 절대 재밌다랄까. 감으로 알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을 위한 질문이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랄지, 좋아하는 한국의 무언가랄지, 혹시 한국에 왔던 적은 있는지 알려달라.
=도코모라고 일본 핸드폰 CF를 촬영하러 작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었다. 가장 큰 인상은 일본과 닮았다는 거였다. 또 불고기 집에 갔는데 아주머니가 술도 많이 갖다 주시고, 이것 저것 많이 챙겨주시고. 거리는 도시인데 사람들은 내면에 제대로 된 애정을 가진 시골 사람 느낌이였다. 한번 온 걸로 한국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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