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황홀한 러브 스토리 <렛 미 인>
2008-07-20
글 : 김혜리

<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토마스 알프레드손 / 스웨덴/ 2008년 / 114분 / 부천 초이스

<렛 미 인>은 ‘죽이는 영화’다. 무시무시하고 슬프고 재미있고 심금을 울린다. 장담하건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북구에서 날아온 이 비범한 괴담의 송곳니가 당신의 목덜미를 파고들 것이다. 눈송이가 분분한 스웨덴의 까만 밤. 속옷 바람의 소년이 칼을 움켜쥐고 차가운 유리창을 응시하고 있다. 들릴락 말락 하는 그의 혼잣말이 우리를 얼어붙게 한다. “돼지처럼 꽥꽥거려봐. 어서.” 그것은 소년의 귀에 쟁쟁한 협박의 메아리인 동시에 복수를 꿈꾸는 소년의 대꾸다. 연약해 보이는 12살 소년 오스카는 힘센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해 진 뒤 인적 드문 놀이터에 혼자 나가 놀던 오스카는 어느 추운 밤 아파트 옆집에 이사 온 소녀 엘리와 마주친다. 두 외톨이는 친구가 되지 않기로 합의하지만 이내 모스부호 같은 신호로 벽을 두드려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된다. 오스카의 비밀을 안 엘리는 종용한다. “맞서 싸워.” 그즈음 이웃에서 기괴한 살인이 연발한다. 수법으로 미루어볼 때 범인이 노리는 것은 희생자의 피다. 소녀가 소년에게 묻는다. “내가 여자애가 아니라도 내가 좋니?” 소년이 소녀에게 묻는다. “넌, 죽은 거니?

복수를 꿈꾸는 오스카와 굶주린 엘리는 피에 대한 갈망을 공유한다. <렛 미 인>의 유혈장면은 노골적이지만 결코 잔혹한 이미지를- 내심 흥분을 감추며- 전시하지 않는다. 뱀파이어의 습격은 현란한 속도 대신 체념 서린 단호함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살인은 살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서글픈 노동처럼 그려진다. 무엇보다 <렛 미 인>은 황홀한 러브 스토리다. 초대받지 못하면 인간의 방에 들어오지 못하는 뱀파이어의 습성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사랑의 순간을 만들어진다. 파리한 피부와 달빛 머리칼의 오스카와 흑발에 다크서클을 지닌 엘리는 빛과 그림자처럼 완벽한 그림을 이룬다. 온 세상의 판타스틱영화제가 주단을 깔고 반길 법한 이 보석의 원제는 모리시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렛 미 인>은 피와 섹스가 심드렁해진 21세기 스크린에 기적처럼 뱀파이어를 부활시킨 최선의 장르영화이자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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