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터나> Nocturna
빅터 말도나도, 아드리아 가르시알/ 스페인/ 2007년 / 80분 / 애니 판타
고양이 꼬리처럼 낭창대며 감겨드는 포근한 밤에 고독한 소년이 모험을 떠나는 테마는 보편적 성장의 테마다. 따스한 낮의 오렌지 빛이 묘연한 밤의 에메랄드 빛과 섞이는 저물녘, 한 꼬마가 고아원 옥상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외로운 꼬마 팀은 야구공같이 앙증맞다. 팀의 유일한 위안은 모두 잠든 밤 신비한 문고리로 창문을 열어 별 하나를 바라보는 일이다. 죽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그 별이 사라지자 걱정하던 팀에게 녹터나의 낯선 존재들이 나타난다. 고양이 떼를 이끌고 다니는 고양이치기 캣세퍼드와 수호 고양이 토비모리는 별을 찾아 떠나는 팀을 돕지만, 점점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밤과 녹터나 일원에게 위험이 닥쳐온다.
<녹터나>는 스페인의 환상 애니메이션이다. 캐릭터와 배경의 이미지가 섬세하고 아름답다. ‘녹터나’란 낮의 세계가 평안히 영위되도록 밤의 세계를 관장하는 피조물들이 사는 환상계의 이름이다. 이들의 노동으로 정상적으로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온다. 울음소리로 편한 잠을 이끄는 고양이나 수면의 조화를 돕는 오묘한 밤의 오케스트라도 있지만, 아이들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세 자매나 아이들을 오줌싸개로 만드는 미스터 피 같은 악동도 있다. 그저 잠들어 고요한 듯한 밤의 시간은 이렇듯 녹터나의 세계에선 노동과 법석의 시간이다.
기묘한 세계를 모험하는 상상력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악당도 적도 없는 이상한 나라의 묘한 무정부주의와 달리 <녹터나>의 플롯은 위험에 처한 밤의 세계를 다시 바로잡으려는 관성을 내포한다. 그 세계가 일사불란한 노동계이자 관료계라는 점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유사하나(괴팍한 일 중독 관료 모카에게선 자연스레 마녀 유바바가 연상된다), 전개 과정에서 캐릭터와 주제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점에선 이를 따르지 못한다. 전체적인 서사의 진행이 독창적 비주얼을 능가하지 못하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나, 섬세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상상력이 빚어낸 환상 세계의 매혹은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