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 <킹 오브 더 힐>
2008-07-21
글 : 장영엽 (편집장)

<킹 오브 더 힐> King of the Hill
감독 곤잘로 로페즈 갈레고 / 스페인/ 2007년/86분/월드 판타스틱시네마

한적한 스페인의 시골 마을.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큄은 베아라는 여자를 만나 짧은 사랑을 나누지만 그녀가 떠난 뒤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곧이어 큄을 겨냥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는 정체불명의 저격수에게서 자신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도중 베아를 다시 만나지만 그녀의 정체가 의심스러운 큄은 함께 저격수를 피해 다니면서도 베아를 믿지 못한다.

스릴러의 핵심이 긴장감 조성에 있다면, <킹 오브 더 힐>만큼 긴장감을 능숙하게 요리하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영화는 등장인물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는다. 공격자에게 완전히 노출된 산 속의 지형은 지극히 위협적이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안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한편 공격받는 이들은 저격수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저격수는 이들의 목숨을 노리는지 밝혀내야 할 임무도 맡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가 조명하는 건 공포에 질린 등장인물의 표정과 행동이지만,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드러나는 건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이다. 그 때문에 <킹 오브 더 힐>은 스릴러영화인 동시에 오싹한 심리영화이기도 하다. 감독 곤잘로 로페즈 갈레고는 앞날이 기대되는 스페인의 신예 감독. 이번 영화까지 총 네편을 연출했지만,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솜씨는 베테랑이다. 그의 전작 <노마다스>는 말라가스페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편 영화의 제목 <킹 오브 더 힐>은 적에게서 언덕 위의 성을 지키는 유명 비디오게임과 이름이 같다. 이는 저격수의 정체가 드러나는 충격적인 결말을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한다. 2007년 토론토영화제 상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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