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할리우드 영웅물의 러시아식 변주 <스워드 맨>
2008-07-21
글 : 이화정

<스워드 맨> The Sword Bearer
필립 얀콥스키 | 2006년 | 108분 | 러시아 | 현대 러시아 장르영화 특별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시적 영상은 잊어라. 할리우드 영웅물의 러시아식 변주인 <스워드 맨>은 러시아영화의 변화하는 현재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가위손’처럼 손에서 칼이 솟는 남자 사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능력 때문에 어릴 적부터 그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닥치는 대로 살해를 일삼는 그는 악몽의 고리를 끊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이런 그의 노력에도 ‘폭력적인 사샤의 손’은 살해 본능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그러던 중, 사샤는 자신의 폭력을 잠재워줄 운명의 여인 카이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러시아 국민배우 올렉 얀콥스키의 아들인 필립 얀콥스키 감독은 누아르풍의 화면과 심리 묘사 사이로 컴퓨터그래픽과 액션이라는 이질적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러시아식 몽환적 SF를 창조한다. 영화 속 사샤의 폭력에는 명확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몇 십년 만에 만난 친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조차 설명되지 않는 사샤의 행동은 이른바 ‘정의’를 위해 살인을 일삼는 할리우드 영웅과 다르다. 얀콥스키 감독은 오로지 끔찍한 살인과 그로 말미암아 고통 받는 사샤의 내면만을 전달할 뿐이다. 그리고 이 비현실적인 사건들이야말로 부패와 불신, 위험이 판을 치는 러시아의 현재에서 지극히 가능한 현실임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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