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관에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 의식
2008-07-24
글 : 문석
입관체험을 다룬 타이 호러영화 <카핀>과 아난다 에버링엄
<카핀>

7월31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타이 호러영화 <카핀>은 타이에서 행해지고 있는 입관체험 의식을 소재로 한다. 관 속에 들어가 일정 시간을 보냄으로써 액운을 떨치고 새로운 삶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이 의식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그리고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타이 호러영화의 현황과 타이의 국민배우로 알려진 아난다 에버링엄에 관해 알아보자.

1. 삶을 위한 죽음의 의식- 논 로엥 사도르크로

<카핀>의 주인공인 크리스(아난다 에버링엄)와 수(막문위)가 자신 주변을 떠돌고 있는 죽음의 공포를 떨치기 위해 행하는 입관체험 의식은 타이에서 ‘논 로엥 사도르크로’(Non Loeng Sadorcro)라 불린다. 이 의식은 참여자가 관 속에 들어가 관 뚜껑을 닫은 채 일정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승려들이 죽음을 위로하는 경을 외면서 진행되는데, 많은 타이인들은 이 의식을 마치고 나면 악운이 사라지고 삶을 연장하게 된다고 믿는다. 친척 없이 죽은 시신이나 가난해서 관을 살 수 없는 주검을 위해 관을 기부하던 풍습에서 유래됐다는 이 의식은 수십년 전부터 행해졌으나 최근 수년 동안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다. 이 의식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나쁜 카르마(업보)가 관 속에 묻힘으로써 다시 태어난 느낌을 받는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관 속에 누워 있는 동안 저승에 간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만났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타이의 여러 사원들은 이 의식에 관한 수많은 문의를 받고 있으며, 일부 사원에서는 ‘산 자들을 위한 집단 장례식’을 정기적으로 치른다고 광고하고 있다. 사원들은 이 의식에 참여하는 데 따로 비용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사원에 시주를 한다고 한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의식을 가리켜 “성스러운 종교의 영역에 상업주의가 침투한 사례”라고 비판한다. 또 일부 참가자들은 관 안에 누워 있는 동안 불행의 전조를 느꼈다고 주장한다. <카핀>은 이 의식을 통해 누군가가 새로운 삶을 받았다면 다른 누군가는 불행을 맞는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2. 타이의 호러영화

2000년대 들어 타이 호러영화는 전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타이산 공산품이 됐다. 그 기운은 한국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올해만 해도 타니트 지트나쿤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흑야>, 파윈 푸리킷판야 감독의 <바디>,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의 <카르마>가 개봉했을 뿐 아니라 옥사이드 팡, 대니 팡 감독이 만들었던 <디 아이>의 할리우드 버전까지 선보였다. 타이 호러영화 붐의 신호탄은 타이의 오랜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낭낙>(1999)이다. 타이에서 역대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는 대성공을 거뒀던 이 영화 이후 호러는 코미디와 함께 타이영화의 주류를 이루는 장르로 급부상했다. 특히 팡 형제의 <디 아이>(2002)는 타이 호러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셔터> <샴> <사령: 리케의 저주> 등이 만들어져 한국에까지 소개됐다. 타이에서 호러영화가 붐을 이루는 이유로 불교적 세계관을 무시할 수 없다. 삶과 죽음 사이에 무한고리가 존재한다는 윤회사상은 타이인들로 하여금 신문 1면에 시체 사진이 버젓이 박혀나오거나 TV에서 귀신을 소재로 온갖 프로그램을 보여줘도 무감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아시아 전역에서 일반적인 사연 많은 귀신의 설화와 타이 특유의 문화적 색채가 덧입혀진 것.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타이 호러영화가 너무 비슷한 주제와 소재를 반복한다는 비판 또한 제기되고 있다.

3. 타이의 국민배우 아난다 에버링엄

<카핀>의 남자주인공 아난다 에버링엄은 한국에서도 알려진 타이 배우다.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외모와 <셔터> 등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모습으로 아시아권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1982년 호주 출신 아버지와 라오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타이에서 자란 그는 14살 때 집안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다 타이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업체 관계자에 눈에 띄어 연예계에 입문하게 된다. <303 연쇄살인 사건> <고스트 딜리버리> 등에 출연했던 그는 2004년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셔터>에 출연해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교통사고로 한 여성을 치고 뺑소니친 뒤 사진 속에 찍히는 혼령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진작가 역할을 맡은 그는 이 영화의 대성공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후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의 <플로이>, 퐁파트 와치라번종 감독의 <미, 마이셀프>, 싱가포르 진예오 감독의 <리프 이어스>에 출연했던 그는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된 <플레저 팩토리>로 자신의 얼굴을 서구권에 보여줬다.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편이다. 2006년 전주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에서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의 <12시간 20분>에 등장해 한국을 찾았던 그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개최한 ‘스타 서밋 아시아’ 행사에도 참여해 한국 팬들과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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