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꼼꼼하게 준비하셨는지 모릅니다. 오전 열 시에 나오셔서 무술부터 소품까지 일일이 다 체크하시더라고요." 진행을 맡은 전찬일 평론가의 말이 맞다. 7월21일 오후1시 경기아트홀에서 진행된 <소림소녀> 무술팀의 공연은 마치 하나의 잘 짜여진 액션 쇼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타카하시 노부토시 무술감독과 네 명의 액션배우들은 특유의 꼼꼼함으로 일본 액션영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한편 차기작으로 사무라이 액션영화를 계획중이라는 이명세 감독도 이 자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소림소녀> 무술팀이 말하는 일본 액션영화의 특징이다.
1. 롱 테이크
일본 영화의 경우 액션장면을 촬영할 때 테이크를 상당히 길게 가는 편이다. 만약 서로 싸우는 장면을 찍는다면, 싸움을 하기 훨씬 전부터 카메라를 잡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장면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배우들이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싸우다가 합이 안 맞는 경우도 있는데, 그 부분을 재촬영한다기보다는 편집하는 경우가 많다. 카메라도 여러 대를 쓰기보다는 한 대를 사용해 촬영한다. 그래서 무술감독은 편집 과정에 깊숙히 관여하는 편이다.
2. 과장된 액션
홍콩과 한국의 액션영화와 비교하자면, 일본 액션영화속 무술은 현실감이 떨어지고 다소 멋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먼저 홍콩 무술은 굉장히 파워풀하다. 한국 무술은 홍콩과 비슷하게 파워풀하지만, 좀 더 현실적이다. 한국의 액션이 매력적인 건 잡아서 집어던지는 장면을 촬영했을 때 거칠고 센 느낌이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액션은 보기는 좋으나 힘이 없다. 웬만하면 스턴트맨을 투입하지 않는 편이고 배우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액션을 구사한다. 나는 현장감 있는 액션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움직임이 좀 더 작더라도 파워풀한 액션이 더 좋다. 이는 <소림소녀>에서 변화를 주려고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덩치가 큰 적들을 작은 소녀가 어떻게 제압할 수 있을까 고민한 뒤에 "실제로 발로 차듯 연기하라"고 주문을 내렸다.
3. 상황별로 다른 액션 선보여
일본 액션영화라고 하면 사무라이 영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영화에 쓰려고 검을 휘두르는 방법이 따로 있다. 일단 검을 뽑았을 때는 동작을 바꾸지 않는다. 검을 뽑는 동시에 상대를 베거나, 칼자루로 상대방이 방어할 때 옆구리를 칼로 벤다거나, 이처럼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몇 가지 노하우들이 있다. 또 일본에는 특수촬영 스튜디오가 굉장히 많은데, 타카하시 무술감독도 울트라맨 시리즈를 연출한 적이 있다. 동작의 차이는 일반 액션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분장을 하면 앞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평소처럼 막 휘두르지는 못하고 조심해야 한다.(좌중 웃음) 예를 들면 싸우더라도 손과 손이 닿지 않고, 서로 맞부딪히지 않게 촬영한다. 정장을 입고 이런 동작을 하면 상당히 보기가 좋다.(좌중 웃음)
4. 여성스턴트맨은 많고, 아시아 배우는 적다
한국에는 여성 스턴트맨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본에서는 약 열 명의 스턴트우먼이 영화, TV, CF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들은 거의 없다. 프랑스인들이나 혼혈 배우들은 많은 편이다. 아마 한국 쪽이 훨씬 보수가 좋기 때문에 일본으로는 아시아 배우들이 잘 안 온다고 생각한다.(좌중 웃음)한 시간에 3만원 정도 하는데, 오고 싶은 사람들은 언제든 받아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