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원작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 <망량의 상자>
2008-07-22
글 : 장영엽 (편집장)

<망량의 상자> Shadow Sprit
하라다 마사토/ 2007년/ 133분/ 일본/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호러소설가 교고쿠 나쓰히코는 일본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불린다. <망량의 상자>는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교고쿠도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 나쓰히코의 팬이라면 원작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원작의 중심인물인 퇴마사 추젠지 아키히코, 그의 친구인 소설가 세키구치와 다른 이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장미십자탐정사무소의 에노키즈가 그대로 등장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베 히로시가 맡은 에노키즈가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는 인물로 나온다는 것. 이들의 주변에서 몇 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영화는 시작한다. 한 소녀가 기차역에서 사지가 잘리는 열차사고를 당하는데, 사건을 맡은 형사는 그녀가 막대한 유산 때문에 협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시내에서는 토막난 소녀의 사체가 상자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별개로 진행되던 사건들은 명탐정 아키히코에 의해 퍼즐처럼 맞춰지며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완성해나간다. 교고쿠도 시리즈 특유의 잔혹한 사건과 충격적인 결말은 비교적 만족스럽게 표현됐고, 원작의 SF적 요소는 영상으로 보니 더욱 실감난다. 하지만 ‘러닝타임’이란 시간적 제약 때문에 각 인물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장황하게 수다를 늘어놓곤 하는 추젠지의 ’장광설’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건 크게 아쉽다. 1천쪽이 넘는 원작을 2시간에 압축했으니 친절한 부연설명은 기대하지 말 것. 인물간의 관계가 대사로 드러나긴 하지만 별개로 진행되는 네 개의 사건, 그리고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캐릭터가 부딪히고 엇갈리는 과정은 <망량의 상자>를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꽤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 차라리 조금은 괴롭더라도 원작을 예습하고 가는 것이 이 영화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