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년 가까이 한국영화 정책에 대한 비판의 선두에 있었다. 산업이 성장하지 않았는데, 영화인들이 샴페인을 터트리고, 게다가 책임지지 못할 머니게임을 벌였다고 했다. 강 위원장에게 영진위는 비난의 핵심 표적이었다. 영진위가 “1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지만” 상업영화도, 다양성 영화도 구원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그가 5월28일 4기 영진위의 수장이 됐다. 업무 파악을 이유로 그가 인터뷰를 미루는 동안 신임 위원장에 관한 소문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영화계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입안하고 사업을 추진하던 기존 영진위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영진위가 최종 구성된 지 이제 보름. 위원장이 직접 수정했다고 하는 내년 사업계획안을 구해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자리를 마련한 건 그런 정황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시장주의자인 강 위원장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2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그가 임기 동안 과연 몇점짜리 성적표를 받아들지 더 궁금해졌다.
-임명장을 받은 지 한달이 좀 지났다. 어떤가.
=권력을 잡으니까 재밌지. 인간이라면 다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것 아닌가. 그래서 다들 영진위 위원장이 되려고 했던 것이고.
-좀 뒤늦은 질문이지만, 위원장으로 뽑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내가 제일 똑똑하지 않나.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나.
=그건 농담이고. 그동안 영화계는 합리적인 의견 교환보다 한국영화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실은 정파적인 이해들이 부딪치는 곳이었다. 그 관계들도 실은 몇몇 이너서클의 이해에 불과한 것이었고. 내가 가장 그러한 이해관계에서 중립적이지 않았나. 그런 상황을 감안해서 강한섭한테 맡겼다고 본다.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위원장 후보 면접에까지 나섰다.
=영진위 선거가 과열되다 보니까 인터뷰를 거쳐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글로벌 마인드가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했던 것 같다. 한국영화는 글로벌로 안 가면 초식동물로 살아야 하잖나. 해외 진출하지 않으면 저예산 영화국가로 고착되는데 그렇게 가선 안 되고.
-후보자 추천이 진행되는 동안 임원추천위원회 위원들에게 전화해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던데. 맞나.
=그렇다. 내가 출마한다고 했다. 그런데 임원추천위원회는 내가 3년 임기 끝나고 그 과정에 대해서 폭로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탈을 썼지 실은 사이비 정파들의 약탈 민주주의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더이상 이야기하면 그렇고. 다만 심사 기준대로 심사를 안 했다. 내가 그 증거를 갖고 있다.
-바깥에서 바라본 영진위와 안에서 지켜본 영진위는 많이 다를 텐데.
=나야 10년 동안 영진위 위원장 되려고 암약했던 사람이다. (웃음) 영화진흥공사 시절부터 다양한 자문과 평가를 하면서 속속들이 지켜봤다. 다만 과거보다 사업 규모가 굉장히 커졌더라. 전세계의 영화정책은 영진위에 다 모여 있다고 할 정도다. 경상비 빼고 사업비만 연간 600억원 규모다. 절대 사업비 규모로도 3위 정도 되고, 물가지수나 국력까지 감안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영상진흥기구다. 사인 하나 하는 데도 몇 천만원, 몇 억원이니까 스릴도 있지만 긴장도 된다.
-9인 위원 중에 위원장을 호선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위원장을 먼저 뽑고 비상임 위원들이 결정됐다. 위원 물색 및 선임 과정에서 위원장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이는데.
=임명권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아닌가. 다만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해 시그널을 줬으니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 의견을 묻긴 하셨다.
-4기 위원회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성됐다. 그리고 부위원장 선출시 위원장이 표결에 참여했고, 동수가 나오자 캐스팅 보트까지 행사했다. 그런데 법 21조에 선임비상임이사는 비상임이사 중에서 호선(互選)한다고 되어 있다. 부위원장을 선임비상임이사로 간주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부위원장이 선임비상임이사인 것 맞는데. 감사로부터 자문을 받아 진행했다. 위원장이 캐스팅 보트 갖는 것에 대해서도 위원들의 동의를 받았다. 다른 분(이미연 감독)을 지지했던 분들도 강하게 주장했다기보다는 여성위원들의 몫을 무시하지 말라며 ‘남자 반장, 여자 부반장’이 어떻느냐 정도였다.
-결국 위원장은 캐스팅 보트 끝에 현재 부위원장을 선택했다.
=영화계의 이해와 다른 사람이니까. 나랑은 학연도 없고. 하반기에 중형 펀드를 유치해서 사업자를 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하니.
-4기 위원회의 주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전 위원회와 일했던 영화인들은 배제하겠다는 건가.
=배제라고 하기는 그렇고 위원 인선 등과 관련해서는 이런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영화산업이 공황적인 위기로 가게 된 것은 먼저 지난 3기까지의 영화진흥 정책이 실패해서다. 동시에 시장도 실패했다. 공정하지 않았고, 부도 창조하지 못했다. 그동안 산업을 주도했던 분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건 곤란하다.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머니게임을 벌였다.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서 불신과 비통만을 낳았다. 역으로 하나 물어보자. 지난 영진위는 100점 만점에 몇점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기준으로 말인가.
=총체적으로 말이다. 느낌도 중요하다.
-80점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영화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발빠르게 정책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과거 영진공 시절과 비교했을 때는 더 줄 수도 있다고 본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공황정국이 오나.
-그 책임을 왜 영진위가 다 져야 하나.
=내가 보기에 3기 정책은 낙제다.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마이너스 37점이다. 80점은 너무 후하다. 그걸 증명할 수치가 없다. 대략 영진위는 1조원 정도 썼다. 그런데 산업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수익률은 -37%가 됐다. 후한 점수를 주는 건 <씨네21>과 영진위의 독특한 관계 때문에….
-그 독특한 관계가 뭔가.
=전임 안정숙 위원장 때문에 정확하게 사태를 못 본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영진위의 활동이 없었다면 영화산업의 성적표가 마이너스 60점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지는 않나. 2000년을 전후로 결성된 투자조합이 아니었다면 대기업 대신 들어왔던 창투사 자본을 지금까지 붙잡아둘 수 없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사실 좋은 의도에서 나쁜 의도가 나올 수 있고, 나쁜 의도에서 좋은 의도가 나올 수도 있다.
-3기 위원회는 나쁜 의도에서 시작해 나쁜 결과를 낳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너서클이라는 표현까지 감안하면.
=좋은 의도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산업을 망치겠다고 그렇게 했을까. 문화강대국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너서클을 만들었고, 프로그램을 짰을 것이다. 그렇다고 산업이 공화정국에 빠져든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차승재씨도 먼저 말하지 않았나. 문제를 털어내야 개선책이 나온다. 가장 큰 미스는 2000년 3월엔가 정부와 영진위가 내놓은 한국영화진흥 5개년 계획이었다. 제작편수를 40편에서 150편으로 만든다고 했고, 그래서 펀드를 만들어 120편까지 내놓았다. 그런데 창고에 간 영화들이 많잖나. 얼마 전에 권칠인 감독이 영진위 지원받아서 HD영화 제작에 들어갔는데 추가 출자가 되지 않아 카메라를 못 돌리고 있다고 하더라. 관련 자료를 봤더니 지원작 25편 중에 18, 19편이 그런 상황이었다.
-4기 위원회에서는 사전제작지원을 줄일 계획인가.
=그건 아니고. 악마는 세부에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영진위 사업은 백화점식이었다. 사업별로 연결이 안 됐고, 그래서 효과가 안 났다. 3억, 4억원씩 사전제작지원을 했으면 우수한 작품이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전제작지원을 받은 영화가 마케팅 지원사업에서는 떨어진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모토에 따라서 사업을 재편한다는 뜻인가.
=장관의 조언도 있었다. 홈런타자들의 차기작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홈런은 홈런타자가 치는 법이다. 이창동, 임권택 감독의 프로젝트는 적극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다.
-이전 위원회들은 시장의 확대와 동시에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4기 위원회의 기본 사업 방향은 뭔가.
=3기 위원회 사업체게를 보면 제작,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상업영화와 다양성영화를 나눠놨다. 이게 문제다. 감독이든 관객이든 상업영화를 볼지, 다양성영화를 볼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재밌는 영화 만들고, 재밌는 영화 보고 싶어한다. 3기 위원회의 이분법적 체계는 사실 평론가나 학자들이 만든 것이다. 오만을 좀 떨어야 하니까 다양성이라고 떼낸 거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성영화를 상업영화와 나눈 다음에 거기에다가 국민의 세금을 실어준 것이다. 그리고는 자기하고 맞는 사람들에게 주로 주고. 거기서 오류가 났고, 부작용이 난 거다.
-다양성영화에 대한 지원은 시장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영화들이 현실적으로 생겨났고, 이에 대한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생겨난 것 아닌가. 2001년 말 ‘와라나고’를 시작으로 말이다.
=그런 이야기는 근대사회의 정치학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다. 나는 각기 개성을 가진 자유인들이 자신의 판단으로 시장에 참여해서 성공과 실패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조건은 공정하게 시장참여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은 공정거래법이다. 공정거래법이 작동하지 않으면 누구도 시장에서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독과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 사회적 합의는 30% 정도다. 한 영화의 스크린 수와 좌석점유율이 전체 1/3 이상을 차지하면 안 된다. 영진위는 메인시장 안에서 다양성을 실현했어야 했다. 그 부분을 놔두고 모두 변두리로 내쫓은 것이다. 아예 요즘은 독과점 자체가 전술이 되고 있잖나. 내가 한국영화의 붐은 착시현상이고, 투자 증대 효과만이 잠시 있었다고 말하는 건 이런 부분에서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독과점 규제 법안 발의를 할 때 나도 자문했는데, 그때도 영진위는 부정적이었다.
-다양성영화에 관한 정책이나 사업들 중 바뀌는 부분이 있나.
=자생력을 길러줘야 한다. 절대 지원액을 줄이진 않겠지만, 마케팅비 같은 거 줘선 안 된다. 적자 보존금과 영사시스템 같은 인프라를 줬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야 한다. 우리 돈 안 갖고도 미쟝센영화제는 너무 잘하잖나. 사실 문화에 관심있는 좋은 기업들 얼마나 많나. 아트시네마 사업도 한달 회원권을 3만원 정도에 팔 생각이다. 시네큐브와 미로스페이스의 프로그램을 그걸로 보는 거다. 그 정도에 팔면 한 10만명 올 것 같지 않나. 타르코프스키 영화 10만명 보던 때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10억원 미만의 영진위 지원 영화들이 연간 30편 이상 나올 것 같은데 그거랑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 인디예술영화들까지 합하면 1년 내내 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온다. ‘OFF 충무로 생태계’ 사업인데, 이 프로그램들로 멀티플렉스들에 제안할 것이다. 스크린 수가 서울에 한 500개 되는데 그중 50개 정도를 내달라고. 그리고 실례일지 모르지만 독립영화계가 나름대로 역할 많이 했는데 미쟝센에 지고 있다. 주제의식, 표현의 새로움, 창의성 이런 데서도 한국의 대중영화보다 반드시 낫다고 할 수 있나. 무기력하다는 느낌이 많다. 그건 시장에 참여하지 않아서 그렇다.
-시네마테크와 독립영화전용관이 함께 자리할 상영관 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영진위와 서울시가 250억원씩 해서 500억원 사업인데, 그걸로는 사대문 안에 못 짓는다. 서울시 예산이나 문서를 봐도 관련 사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그래서 내가 장관 만나서 500억원 갖고는 안 된다, 국가사업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한 멋진 건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할 일이 많은데, 사무국장 인선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영과 사업을 분리해서 각각 본부장을 둘 계획이다. 사업쪽이 중요한데 그건 공모할 것이다.
-이미 맘에 둔 사람이 있진 않나.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짜고 치는 게 되니까. 다만 자격조건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영어도 잘하면 좋고. 무엇보다 한국영화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한국이 5대 영상 강대국이 될 것 같나.
-내일 일을 어떻게 아나. 잘 모르겠다.
=부산영화제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다가 그쪽 비전이 선댄스라고 하기에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100억원 들이는 이 영화제는 5년 뒤에 칸을 이겨야 한다라고. 내 계산에 따르면 10년 안에 한국 GDP가 프랑스를 추월한다.
-수익률 흑자 전환을 내세웠는데 가장 큰 해법은 뭔가.
=간단한 것 같은데 아직 해결책이 없다. 대개 제작비 절감과 요금 인상을 드는데, 제작비 합리화는 맞지만 1/3 수준으로 가면 경쟁이 안 된다. 요금 인상은 찬성하지만 관객이 안 받아들인다. 그런데 상생 협약을 맺고 국가 엘리트들이 각 미디어 영역에서 실현한다면 너무 쉬울 것이다. 한국영화가 극장에서 100만명 정도만 들면 되고, 공중파 3사가 이를 무조건 비싸게 주고 사는 거다. 그리고 골든 타임에 방영하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프랑스에서는 그렇게 운영한다. CNC가 운영하는 펀드에서. 우리도 중형 펀드의 경우 메이저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규모다. 사실 한국영화의 유일한 메이저는 영진위뿐이다. 영진위가 돈을 얼마나 푸느냐에 따라서 지난 10년이 달라졌다. 중형 펀드 사업은 아직 공고가 안 됐는데, 규모로 보면 메이저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수준이다. 100억원 시드머니로 해서 국책은행, 모태펀드 들어와서 500억원 규모가 되니까.
-프랑스의 영화정책은 50년 넘게 독특한 문화환경에서 자리잡은 것이다.
=한국이야 힘들지. 각 부분에 이기주의가 있고. 그래도 해야 한다. 금년 말 목표로 블루하우스 어그리먼트라고, 청와대 협약을 맺으려고 한다. 각 부분의 메이저들을 모시고 가서 대통령 앞에서 협약을 맺는 거다. 이미 작전 계획을 시작하고 있는데 좀 어렵다. 메이저 3사나 메이저 포털들은 절대로 안 가려고 하겠지. 근데 딱 봤더니 세상에는 빈틈이 있어서 조국을 앞장세우고 민족을 앞장세우고 미래를 앞장세우면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
-2009년 사업계획안이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예산이라는 것은 밀고 당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위원장으로서 어떤 비책이 있나.
=기금이 4천억원 정도인데 안정적인 충당구조가 아니다. 극장 부과금의 경우 준조세라는 이유로 위헌 심사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 다음 위원회를 생각하고, 또 연간 60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하려면 새로운 기금 확보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300억원으로 사업비를 축소해야 하는데. 난 줄이는 것은 못 참는다. 난 이 조직을 크게 만들 것이다. 기금 확보를 위해 이동통신회사 등에서 콘텐츠 기금을 받아야 한다. 그전에 미디어 기업들에 콘텐츠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설득할 것이다.
-DVD를 비롯한 부가판권시장이 수익률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해왔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그 시장을 회생할 것인가.
=어렵긴 하다. 한국영상협회쪽에 15억원 장기 융자 사업이 있다고 좋은 사업 주시라고 했는데 온 사업이 별로 안 좋다. 개인적으로는 DVD 대여보다는 셀스루쪽에 관심있다. 현재 출시가가 2만5천원 정도인데, 이게 미국 가격이다. 1만2천원 정도로 줄어들면 가능하다고 본다. 절망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가격정책도 안 해봤고, 문화운동 차원에서도 안 해봤고.
-영진위의 몇개 사업에 대해 민영화 검토를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민영화 할 만한 게 없다. 종촬소는 알다시피 저렇고. 다만 영화아카데미의 경우, 영상대학원이 많이 생겨서 아시안필름스쿨로 2010년에 전환하는 것을 박기용 원장에게 제안했다. 아시아 학생들이 50% 차지하고, 강의는 모두 영어로 한다. 방글라데시와 같은 빈곤한 나라의 학생들이 공부할 기회를 얻고, 한국은 아시아의 허브로 가는 것이고. 정리하면 내 원칙은 비즈니스하는 데는 공공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다. 수익성이 없어서 투자 안 하는 데 공공이 들어가야 한다. 샤워 커튼을 바깥으로 치면 물이 다 새지 않나. 내 계획은 샤워 커튼을 물이 새지 않도록 안에 치겠다는 것이고. 전 위원회와는 그 정도 차이일 것이다. 물론 입체적인 사고가 필요해서 쉽지 않겠지만.
-임명장을 받아든 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위원장들이 타던 고급 관용차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보니까 관용차가 (더 고급으로) 바뀌었던데.
=(위원장 임시대행이던) 이현승 감독이 바꿔준 거다. 스마트한 외교관이다. 위원장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보험을 든 것 아니겠나. 새로운 위원장이 누가 되든 열심히 일하라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좀 사치스러운 것 같나.
-아니 그렇게 발언을 했으면 좀더 싼 차로 바꿨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몇푼 아끼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이 방도 싹 바꾸려고 한다. 여기가 영진위 위원장 방 같나. 건설회사 사장 방 같지 않나. 곧 골프 치러 나갈 것 같은. 영화는 글래머러스하게 살라고 허용된 것이다. 여배우들이 가슴 파인 옷을 입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 난 화려하게 하면서 내수시장도 튼튼하게 하고 글로벌하게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