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독창적인 시각과 신선한 발상 <아메리칸 좀비>
2008-07-24
글 : 이화정

<아메리칸 좀비> American Zombie
감독 그레이스 리 | 미국 | 2007 | 90분 |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LA에는 좀비가 실재로 존재한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애인과의 섹스를 즐기는 좀비, 좀비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아티스트, 안락한 가정을 꿈꾸는 미혼녀 좀비 등 그 수만 해도 무려 5~7천명. 좀비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사회의 일원이다. ‘좀비도 사람이다’라는 주장 하에 활동하는 좀비권익단체는 공동체일원으로서 좀비의 생존권과 비주류를 위한 법률문제까지 담당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그레이스는 동료 아이반의 제안으로 좀비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착수한다. 자,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가짜다. 다큐형식을 빌어 온 가짜 다큐, <아메리칸 좀비>는 좀비가 실재한다는 재밌는 가정에서 출발한 일종의 모큐멘터리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전형적인 이름 ‘그레이스 리’라는 이름을 다큐멘터리로 조명한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로 소수인종에 대한 유머러스한 풍자를 시도한 그레이스 리 감독. 그녀가 이번엔 좀비라는 대상과 사회적 이슈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시켜, 다시 한 번 미국 내 소수자들의 입장을 표출한다. 영화 속 좀비는 그래서 보통의 좀비 영화에서 보여 지는 폭력적이고 혐오스러운 모습 대신 복합적이고 평범한 미국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 객관적인 좀비의 모습을 담으려 애쓰는 그레이스 감독은 감독 자신의 반영이다. 그녀와 달리, 그들의 위협적인 모습에 혈안이 된 동료감독 아이반의 대립된 견해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물론 미디어의 잘못된 시각까지 비판하는 이 영화의 핵심이자 쓴 소리로 작용한다.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 리리 필림스와 한국의 IHQ가 합작, IHQ가 제작비 전액을 지원한 작품. 독창적인 시각과 신선한 발상으로 내놓라 하는 스타배우 하나 없이도 <아메리칸 좀비>는 슬램댄스영화제, 시체스 영화제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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