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음침한 팜므파탈의 강렬한 귀환
2008-07-25
글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끼리끼리끼리끼리…” 수수께끼같은 소리를 내며 긴 바늘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목에 꽂아버리던 여자.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영화 <오디션>의 시이나 에이히가 이번엔 경찰이 되어 부천을 찾았다. 그녀의 출연작 <도쿄잔혹경찰>은 생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미래의 도쿄를 무대로 한 여자 경찰이 신체가 변형되고 훼손된 ‘엔지니어’와 싸우는 이야기. 시이나는 짧은 스커트와 버버리 코트,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일본검을 휘두른다. 음침한 팜므파탈에서 강렬한 여전사로의 변화다. 모델 경력을 살린 전형적인 동양여자 캐릭터같지만 <도쿄잔혹경찰>은 사실 시이나 에이히의 2막을 여는 작품으로 의미가 더 깊다.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느낌”에 2005년 사부 감독과 <홀드 업 다운>을 마친 뒤 3년 가깝게 휴식에 들어갔고, 고향인 후쿠오카에서 “각본이나 책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잠시 마음을 돌렸다. “모델을 했을 때도 처음부터 파리에서 쇼를 하는 등 굉장히 바쁜 생활을 하게됐다. 매우 감사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살았다는 느낌이 들더라. 잠시 멈춰서보자고 했다.” 18살 어린 나이에 모델로 데뷔해 베네통의 얼굴이 됐고, 1995년 엘리트모델룩에선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일본대표로 세계대회에 나간 시이나는 누가 봐도 미래가 보장된 모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해진 성공보단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기대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더 소중히 생각했다. 숨을 돌리고 휴식을 취하던 중 자신이 각본을 쓴 <DOG-FOOD>로 영화 데뷔를 하게 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나의 목표는 있지만 그래도 절반은 사람들과 만나며 조금씩 변화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영희란 이름의” 재일교포 3세이기도 한 시이나 에이히는 앞으로 “조국인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의 활동”도 무한한 만남 속에서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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