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존 셰인필드, 데이비드 리프] “오노 요코가 개인 소장품을 기꺼이 공개한 것에 감사한다”
2008-07-31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존 레논 컨피덴셜>의 감독 존 셰인필드, 데이비드 리프

비틀스 이후 솔로로 활동하던 시절 존 레넌에 관한 다큐멘터리 <존 레논 컨피덴셜>의 공동감독인 존 셰인필드, 데이비드 리프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비틀스에 관한 기록 필름이 이미 다량 공개된 마당에, 사후 30년이 다 되어가는 음악가를 이제 와 영화로 다루려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런 궁금증이 풀린다. 세상에는 잘 아는 것 같은데 실상은 모르는 것들이 많다. 영원한 팝의 전설 비틀스 시절 이후 40살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존 레넌의 삶도 그런 종류인 것 같다. 더불어 그가 고민했고 겪었던 사회현상들이 결코 과거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된다. 존과 데이비드 감독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다큐 작업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는 매우 성실한 답변을 보내주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리프, 오노 요코, 존 셰인필드.

-존 레넌에 대한 다큐를 만들려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존 셰인필드: 존 레넌만큼 유명한 사람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를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비틀스와 존 레넌의 팬으로서만 흥미를 느낀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정부의 권력 남용, 숱한 장애를 이겨내는 용기, 혼자서도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데이비드 리프: 비틀스를 찬양하며 십대 시절을 보냈다. 닉슨이 대통령이던 시절, 열일곱살 때 워싱턴DC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곳은 당시 수백, 수천명의 시위대가 몰리는 중심지였다. <존 레논 컨피덴셜>의 주제를 관통하는 사건의 최전선에서 학생 시절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에는 닉슨 정부 인사부터 좌파운동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들어 있다. 이들을 인터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데이비드 리프: 닉슨 수뇌부였던 G. 고든 리디와의 인터뷰가 가장 도발적인 작업이 아니었을까. 그는 닉슨 정부가 내렸던 모든 결정이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반드시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들이었다고 했고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 그 결과 법적으로 처벌을 받고 수감생활을 했음에도 말이다. 인터뷰 도중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존 레넌에 관한 새로운 자료들이 많이 보인다. 자료를 모으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존 셰인필드: 이전 다큐멘터리에서 사용되었거나 사람들이 이미 본 영상에 안주하고 싶지 않아서 전세계를 다녔다. 존과 요코가 1969년 비엔나에서 벌인 자루 이벤트나 비틀스 화형식 장면, 존이 마침내 영주권을 받는 뉴스 필름 등은 그런 고생 끝에 얻은 것이다.
데이비드 리프: 전세계를 통틀어 도움을 준 훌륭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노 요코가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기록물을 기꺼이 공개해주었던 것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새삼스럽게 존 레넌을 조명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존 셰인필드: 이 영화의 주제는 한 사람이 변화를 이끌 수 있고 모두가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노력해서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리프: 미국 시민들의 책무는 바뀌지 않았다. 분노를 표현해야 하고 이 거대한 민주주의의 실험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민주주의란 정부가 사람들의 의지를 꺾도록 그저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란 사실을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서 받아들였으면 한다.

-과거 자료와 현재의 인터뷰 내용을 섞어 편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편집 과정에서 아깝게 버린 내용이 있는지.
존 셰인필드: 일명 ‘존의 잃어버린 주말’라고도 불리는 여러 가지 장면을 편집해놓았는데, 전기영화였다면 너무나 꼭 맞는 장면이었겠지만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제와는 맞지 않아서 포기했다. 예술과 상업성 사이의 줄다리기는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늘 있는 일이다.
데이비드 리프: 탁월한 편집자 피터 린치가 있어 가능했다. DVD라는 매체가 생겨나면서 편집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편집에서 잘려나간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재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시간에 달하는 인터뷰 영상은 사료로 가치가 있으므로 적절한 아카이브에 보관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둘이 함께 작업할 계획이 있나.
존 셰인필드: 현재 미국 텔레비전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프로듀서였던 노만 리어에 대한 회고 다큐멘터리를 함께 만들고 있는데 제목이 <모두 한 가족>(All in the Family)이다. 그외에도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천국>(Heaven)이라는 영화를 거의 끝마쳐가고 있는데 세계의 종교가 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천국에 가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사는지를 다루는 작품이다. 또한 야구를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작업 중이다. 두편 다 2009년 봄쯤이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데이비드 리프: 노만 리어에 관한 프로젝트를 마치면 각자의 관심사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 요즘 다큐멘터리 구성안을 짜는 한편, 다큐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사진제공 EVER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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