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이후 솔로로 활동하던 시절 존 레넌에 관한 다큐멘터리 <존 레논 컨피덴셜>의 공동감독인 존 셰인필드, 데이비드 리프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비틀스에 관한 기록 필름이 이미 다량 공개된 마당에, 사후 30년이 다 되어가는 음악가를 이제 와 영화로 다루려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런 궁금증이 풀린다. 세상에는 잘 아는 것 같은데 실상은 모르는 것들이 많다. 영원한 팝의 전설 비틀스 시절 이후 40살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존 레넌의 삶도 그런 종류인 것 같다. 더불어 그가 고민했고 겪었던 사회현상들이 결코 과거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된다. 존과 데이비드 감독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다큐 작업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는 매우 성실한 답변을 보내주었다.
-존 레넌에 대한 다큐를 만들려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존 셰인필드: 존 레넌만큼 유명한 사람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이야기를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비틀스와 존 레넌의 팬으로서만 흥미를 느낀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정부의 권력 남용, 숱한 장애를 이겨내는 용기, 혼자서도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데이비드 리프: 비틀스를 찬양하며 십대 시절을 보냈다. 닉슨이 대통령이던 시절, 열일곱살 때 워싱턴DC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곳은 당시 수백, 수천명의 시위대가 몰리는 중심지였다. <존 레논 컨피덴셜>의 주제를 관통하는 사건의 최전선에서 학생 시절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에는 닉슨 정부 인사부터 좌파운동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들어 있다. 이들을 인터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데이비드 리프: 닉슨 수뇌부였던 G. 고든 리디와의 인터뷰가 가장 도발적인 작업이 아니었을까. 그는 닉슨 정부가 내렸던 모든 결정이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반드시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들이었다고 했고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 그 결과 법적으로 처벌을 받고 수감생활을 했음에도 말이다. 인터뷰 도중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존 레넌에 관한 새로운 자료들이 많이 보인다. 자료를 모으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존 셰인필드: 이전 다큐멘터리에서 사용되었거나 사람들이 이미 본 영상에 안주하고 싶지 않아서 전세계를 다녔다. 존과 요코가 1969년 비엔나에서 벌인 자루 이벤트나 비틀스 화형식 장면, 존이 마침내 영주권을 받는 뉴스 필름 등은 그런 고생 끝에 얻은 것이다.
데이비드 리프: 전세계를 통틀어 도움을 준 훌륭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노 요코가 개인적으로 소장하던 기록물을 기꺼이 공개해주었던 것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새삼스럽게 존 레넌을 조명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존 셰인필드: 이 영화의 주제는 한 사람이 변화를 이끌 수 있고 모두가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노력해서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리프: 미국 시민들의 책무는 바뀌지 않았다. 분노를 표현해야 하고 이 거대한 민주주의의 실험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민주주의란 정부가 사람들의 의지를 꺾도록 그저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란 사실을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서 받아들였으면 한다.
-과거 자료와 현재의 인터뷰 내용을 섞어 편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편집 과정에서 아깝게 버린 내용이 있는지.
존 셰인필드: 일명 ‘존의 잃어버린 주말’라고도 불리는 여러 가지 장면을 편집해놓았는데, 전기영화였다면 너무나 꼭 맞는 장면이었겠지만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제와는 맞지 않아서 포기했다. 예술과 상업성 사이의 줄다리기는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늘 있는 일이다.
데이비드 리프: 탁월한 편집자 피터 린치가 있어 가능했다. DVD라는 매체가 생겨나면서 편집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편집에서 잘려나간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재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시간에 달하는 인터뷰 영상은 사료로 가치가 있으므로 적절한 아카이브에 보관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둘이 함께 작업할 계획이 있나.
존 셰인필드: 현재 미국 텔레비전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프로듀서였던 노만 리어에 대한 회고 다큐멘터리를 함께 만들고 있는데 제목이 <모두 한 가족>(All in the Family)이다. 그외에도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천국>(Heaven)이라는 영화를 거의 끝마쳐가고 있는데 세계의 종교가 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천국에 가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사는지를 다루는 작품이다. 또한 야구를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작업 중이다. 두편 다 2009년 봄쯤이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데이비드 리프: 노만 리어에 관한 프로젝트를 마치면 각자의 관심사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 요즘 다큐멘터리 구성안을 짜는 한편, 다큐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