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굳이 말하자면 내가 뽑은 스틸인데. 부산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배 안의 몽타주 장면 중 하나였다. 비가 오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정만 일행이 빈대떡 타령을 하는 동안 순이가 혼자서 선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찍었다.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하고 배에 오른 순이지만, 정작 고단한 여정 앞에서 고개를 뚝뚝 떨구며 무너지는 장면을 어떻게든 넣고 싶었다. 카메라가 빙빙 돌고 <수지큐>가 흐르고 순이는 고개를 45도로 뚝뚝 떨어뜨리고. 사랑스럽고, 또 아련하고, 순이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결국 상영시간 때문에 편집 과정에서 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촬영 때는 제한된 스탭들만 참여했는데, 좁은 탓도 있지만 선실 안의 오래된 정화조에서 나는 똥냄새 때문에 다들 두통에 시달렸다. 아마 리허설 때부터 실제 촬영까지 아무 내색 않고 감정에 빠져든 순이만 예외였을 것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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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진원·글 이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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