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문제를 풀어야 친구를 살린다. <고死:피의 중간고사> 첫 공개
2008-07-29
글 : 강병진
온라인 프리뷰/<고死:피의 중간고사>

일시 7월 29일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5관

이 영화

전교 1등부터 20등의 학생들이 주말의 학교에 모였다. 이나(남규리)와 강현(김범)등 20명의 학생들은 인기선생님인 창욱(이범수)과 영어선생님 소영(윤정희)애게 특별엘리트 수업을 받는 중이다. 영어교육용 DVD를 보던 가운데, 화면이 흔들리고 곧이어 물이 차오르는 수조에 갇힌 전교 1등 혜영의 모습이 보인다. 교내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가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라고 종용한다. 자신이 내는 문제를 다 맞히면 이 잔혹한 시험에 얽힌 비밀을 알 수 있다고. 아이들과 선생님은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지만, 아이들은 하나씩 죽어나간다. 뮤직비디오 연출자로 유명한 창 감독의 영화데뷔작. 8월 7일 개봉.

100자 평

<고死: 피의 중간고사>는 한 마디로 기본이 없는 영화다. 이야기 구성은 허술하기 짝이 없으며, 캐릭터들 또한 얄팍함 그 자체다. 일련의 공포 효과들은 그 기능성을 떠나서 하나에서 열까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 많은 인원을 학교에 가둬두고 하고 싶은대로 요리를 하고자 할 때는 그 만큼 치밀한 계획이 따라야 한다. 이 영화에는 계획이란게 없다. 억지에 억지를 거듭하는 구성에 벌어진 입을 다물 길이 없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죽인다고? 나는 왜 선생과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서 교문을 나서지 못했는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했다. 아나콘다 혹은 고지라가 교문 앞에 버티고 있었던 것일까? 부디 바라건데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종철 <익스트림 무비>편집장

<여고괴담>의 학교에 <쏘우>의 고문장치가 설치됐다. <고死 :피의 중간고사>(이하 <고사>)는 공포영화의 익숙한 장치들을 이용해 시험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공포스릴러로 풀어내는 한편, 지적게임의 재미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극중의 학생들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적인 추리와 연산의 재미를 얻기는 힘들다. 묘령의 목소리가 건 게임의 규칙을 관객의 입장에서 이해하기도 쉽지는 않다. 학교 밖으로 나가면 죽는 다는데, 그게 어떻게 죽는 건지. 그리고 도대체 이 잔혹하고 거대한 시험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데시빌을 높인 사운드의 깜짝효과도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게임’으로 치부한다면, <고사>는 꽤 박진감있는 살인게임이다. 구체적인 주석없이 그저 단순한 게임요령만 숙지할 수 있다면, 즐기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장점일 듯. 한국의 교육현실을 꼬집어 보려는 의지가 희박한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강병진 <씨네21> 기자

지족불욕 지지붙태. 만족할 줄 알면 모욕당하지 않으며, 멈출 때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영화 속 살인마가 특별반 학생들에게 출제하는 고사성어인 동시에 이 영화의 목적이기도 하다. 솔직히 학원공포물은 난감한 장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여고괴담> 이래 매번 똑같은 주제와 같은 공포를 답습하는 건 관객으로서도 지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눈이 딱 트일 만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고死:피의 중간고사>는 처음부터 그 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곳곳마다 <여고괴담>의 그림자가 비치는 이 영화는 일부러 ’다름’을 표방하지는 않는다. 등수에 대한 학생들의 강박부터 숨겨진 진실까지, 모두 예측이 가능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더라도 알고 보면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오히려 <고死:피의 중간고사>의 관심은 같은 장르 안에서 얼마나 더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지에 있다. 살해장면은 더 잔혹하고, 희생자는 더 많다. 귀신 아닌 살인자는 버젓이 정체를 드러내고, 이야기는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마지막까지 숨돌릴 틈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그런데 이러한 설정이 묘하게도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이는 한편으론 그동안의 학원공포물이 반전의 강박에 사로잡혀 장르를 즐길 여유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영화가 하반기 한국 공포영화의 첫 시작으로 적당하다면, 그건 과욕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장영엽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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