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가 식도염에 걸려 체중이 4kg이나 줄었단다. 결혼 발표 뒤 ‘악플’에 시달린 결과다. 과연 악플은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생채기를 내는 막강한 위력을 지녔다. 그런데 대체 어떤 악플이, 얼마나 달렸기에?
상당수 악플이 <씨네21> 독자들의 품격과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심의규정을 고려할 때 지면에 옮길 수 없는 수준이라 일부만 발췌하면, 결혼 발표 직후 댓글들은 “어떡해요… 결혼하지 마세요”(릴리 외 수천명) 식의 애끓는 절규부터 “아까워…, 아까워…, 권상우가 아까워…. 그래도 잘살았으면 좋겠다. 원래 놀았던(ㅋㅋ) 여자가 더 잘산대”(봉봉 외 수백명) 식의 가벼운(?) 야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권상우=피해자, 손태영=가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타격지점이 좀더 명확해졌다. 행실이 정숙하지 못한 여성을 은유하는 온갖 단어들(헉! 이렇게 많았나?)이 앞다퉈 등장하고, 손태영이 그동안 교제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인들의 사진을 굳이 전시하는 이들(헤이유 외 수백명), “중고차 팔고 벤츠 타는 능력, 존경한다”(뽀샤시), “손아무개의 결혼은 모든 남자들에겐 천만다행”(anti-implanon)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글들이 꼬리를 문다.
권상우가 “내 모든 것을 걸 만큼 사랑하는 여자”라고 하니 “걸 데가 없어서 수건도 아니고 00(힌트: 방바닥 닦을 때 쓴다)에 거냐”(sweet dream)고 하고, “그녀는 순수한 사람”이라고 하니 “순수가 아니라 선수겠지”(zbfk) 한다. 비슷비슷한 댓글에 싫증난 이들은 창의력 증진과 유머 창달에 힘쓴다. 두 사람의 관상을 봐주는 이(입이 큰 여성은 남자 운이 많지만… 서방 복이 없다. (중략) 1년 뒤 손태영은 미혼모가 되고 권상우는 인기가 나락을 치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식 풍경을 상상하는 이(주례-0태촌, 사회-0현준, 축가-0영훈, 촬영-0케이), 시키지도 않은 주례사를 읊는 이(신혼집이 피바다가 될 때까지 잘살겠습니까?-김태촌)도 있다.
따지고 보면 ‘권상우 악플’이 아니라 ‘손태영 악플’이다. 기자회견 뒤 분위기는 반전되어 “진정한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권상우, 멋지다”(도토리 외 수백명)는 쪽으로 기울었다. 권상우의 죄는 손태영을 사랑한 것이고 이는 네티즌의 이름으로 용서받았다. 그럼 손태영은? 손태영의 죄는 결혼 전 남자친구를 댓명 사귄 것인데 이 죄는 ‘당최’ 용서가 안 된다. 왜? “진정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는 한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여자”(사이렌)니까. “이 남자 저 남자 갈아타는 습관은 고쳐야 하”(ssing)니까. 그런데 님들, 정말 그렇게 살고 계십니까?
ps1.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힘차게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 강화 방안에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실명제를 강화하면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규정을 준수하느라 드는 수고는 좀 덜겠지. 하지만 ‘여자는 모름지기 정절을 지켜야 한다’를 비롯한 몹쓸 통념이 사라지고, 없던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꽃필지는 의문이다.
ps2. 기자의 진심을 헤아리지 않고 “권상우 악플을 요약 정리해 그를 두번 죽였다”며 악플다는 님들 꼭 있다. 그·런·악·플·달·면·싫·어·요·악·플·다·는·사·람·미·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