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영화계의 큰 별, 유세프 샤힌 감독이 7월27일 8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뇌출혈. 샤힌의 공식소속사 메나는 그가 6주 전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치료를 위해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 머물렀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고국 카이로의 군사병원 알 마디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유세프 샤힌은 이집트의 국민감독이자 폭넓은 작업으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었던 감독. 제50회 칸영화제에서 특별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과감한 성적 묘사와 정치적 압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이슬람 과격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로 늘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 왜?>(1978), <이집트 이야기>(1982), <알렉산드리아 여전히, 언제나>(1990) 등의 알렉산드리아 3부작은 그를 스타덤에 올린 대표작. 전쟁과 로맨스를 다루면서도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시선을 버리지 않았던 이들 작품은 ‘영화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와 전설적인 무용안무가 밥 포시의 융합’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그의 최근작 <카오스>(2007)는 부패한 카이로 경찰들의 이야기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 출품됐었다. 민감한 주제를 다룬 만큼 영화 제작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히는 일도 많았다. 그는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나는 미친놈처럼 싸웠다. 주어진 시간의 80%를 투자자를 끌어오기 위한 정치적인 싸움에 썼다면, 영화를 만드는 데 소비한 시간은 20%밖에 안 된다”며 투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즉 샤힌이 남긴 28편의 영화는 그가 벌였던 투쟁의 기록이자 승리의 증거물이다.
한편 이집트영화계는 한마음으로 거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다. 영화비평가 타렉 엘 세나위는 “그는 진정한 거장이었다. 그와 작업한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 누구나 이집트영화계의 거목들이 유세프 샤힌 아카데미에서 배출됐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란 말을 남겼다. 팬층이 가장 두터운 프랑스에서는 대통령 사르코지가 직접 나서 “샤힌은 조국 이집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음에도 늘 세계를 향해 열려 있었던 사람”이라며 존경과 애정을 표했다. 이토록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으니, 꿈꾸듯 세상을 떠난 유세프 샤힌 감독은 지금쯤 천국에서 이 광경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