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남규리] 영화는 나의 터닝포인트
2008-08-14
글 : 이영진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고死: 피의 중간고사>의 배우 남규리

“자신의 연기에 몇점 주겠냐고 물으려고 했죠?” 질문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미리 짐작한다. 가만 보니 남규리의 질문이 생사 걸고 <고死: 피의 중간고사>를 치르는 학생들이 살인마를 향해 던지는 대사 같기도 하다. “영화 개봉 때문에 최근에 인터뷰를 서른번은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웃음)” 공포영화 <고사>는 씨야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가수 남규리의 영화 데뷔작. “주변에서 연기 해보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채은석 감독님도 전에 감이 좋다고 하셨고. <슬픈 발걸음> 뮤직비디오를 끝내고 나서 해도 되겠구나 싶기도 했고.” 남규리는 공포의 문제풀이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강이나 역을 맡아 교복 입고 불 꺼진 학교를 헤집고 다닌다. “남규리가 영화한다고 하면 다들 멜로 하겠구나 했을 거예요. 제 이미지가 그렇잖아요. 공포를 택한 건 편견을 좀 깨보고 싶기도 했고. 고등학교 졸업한 지 몇년 지나니까 교복도 입어보고 싶고. 그런데 교복 다시 입어보니까 아주 초라하던데요. 나중에는 편한 평상복처럼 입고 다녔지만.” 김범과 “기름기 보충한다”며 감독님 몰래 ‘부르스타’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고, 또래 배우들과 깔깔대고 장난치다 선배들한테 주의를 들었던 해프닝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첫 촬영이다. 클럽에서 춤추는 장면을 찍었는데 이날 촬영했던 대사 분량이 모조리 편집됐다. “처음엔 적응을 못했어요. 첫 촬영이라고 대사를 달달 외어 갔는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까 책 읽고 있는 거예요” 게다가 신인배우에 대한 염려 때문에 여기저기서 주문을 쏟아내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 “서너번 촬영하고 나서야 ‘아 내 느낌대로 가야겠구나’ 싶었어요. 그랬더니 좀 풀리던데요. 물론 여고생의 감정을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어른들이 부모를 잃었을 때와 아이가 부모를 잃었을 때 토하는 울음이 다르잖아요. 어른들은 넋 놓고 울면서 다 표현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못하니까. 이나의 울음은 아이쪽에 가까운데 그게 말처럼 툭 하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렸을 적 버스에서든, 길에서든 땅만 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남규리는 첫 영화가 자신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한다. “당장 이뤄내지 못해도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 이얼 선배님처럼 옆얼굴만으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겠죠.” 가수와 배우, 어느 쪽에 미래를 걸지는 일단 올해 안에 나오는 씨야 3집 활동을 끝내고 진지하게 생각해볼 계획이라는 남규리. <고死: 피의 중간고사>를 치른 뒤 점수 발표만을 기다리는 수험생의 모습이기도 했다.

의상 강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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