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선배님은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신다. 카메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우라 촬영 중간 대기하는 장면에 들이대기가 두려웠고 또 뻘쭘한 순간도 많았다. 물론 촬영이 진행되면서 그 벽은 조금씩 낮아졌는데, 돌이켜보면 위 사진을 찍었던 극중 백 반장의 회상장면 촬영도 하나의 계기가 됐다. 이날 촬영장소는 서울 테헤란로. 한석규 선배님은 제작진 외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든 가운데 혼자서 연기를 해야 했다. 캐릭터에 몰입하는 동안이야 상관없지만 컷 소리가 나고 다음 테이크에 들어서기까지의 대기 시간 중에도 시민들은 좀처럼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자신에게 쏟아진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촬영을 해야 하는 스탭들이 안쓰러워 선물을 안긴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 그 짧은 순간, 한 선배님은 두손 넣고 엉덩이는 살짝 뒤로 뺀 귀여운 포즈를 선보였다. 촬영이 시작된 뒤, 그리고 이후 촬영이 끝날 때까지 다신 볼 수 없었던 그 전설의 포즈를 순간 포착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야∼’ 탄성을 내뱉었던 것 같다. 촬영이 끝나고 사진을 보여드렸을 때 한 선배님도 의외로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나중에 촬영이 끝난 뒤에 따로 뽑아서 선물로 드렸다. 올해 추석 연휴 때 1년 전 사진을 떠올리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귀여운 아빠의 모습을 선보일지도 모르겠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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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정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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