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8년 8월 18일 월요일
장소 용산 CGV
이 영화
때는 세종 30년인 1448년. 보부상단의 우두머리인 설주(정재영)는 화약을 연구하던 아버지가 역모의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은 뒤 나랏일에는 관심을 끊은 채, 장사에 재미를 붙이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인연을 맺은 내금위장 창강(허준호)이 그를 찾아온다. 창강은 설주에게 별다른 이유는 알려주지 않은 채 묘령의 여인 홍리(한은정)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설주는 홍리의 미모에 반해 그녀의 안위를 살피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행동거지에 의심을 품는다. 집에서 가져올 게 있다는 홍리를 따라나선 설주의 무리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객들을 만나 설전을 벌이고, 그 일로 설주는 홍리의 비밀을 알게 된다. 홍리는 세종의 명으로 신기전을 개발하던 도중 명나라 무사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도감 해산의 딸이었으며, 그녀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신무기인 신기전을 개발중이었던 것. 한편, 조선을 찾은 중국의 사신은 신무기 개발을 그만두라며 조정을 압박한다. 중국의 사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등, 치욕을 당한 세종은 비밀리에 진행중이던 신기전 제작을 재개하라고 지시한다. 어명을 받는 창강은 설주에게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랏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던 설주는 홍리에 대한 관심으로 신기전 개발에 참여한다. <약속> <와일드카드>를 연출한 김유진 감독의 신작. 9월 4일 개봉이다.
말X3
"(한은정과의)키스신을 찍을 때, 남자 배우의 매너는 뭘까 생각하면서 담배도 피지 말고 커피도 마시지 말고 최대한 입 주변을 청결히 하자고 다짐했다." -정재영
"캐스팅 된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갈수록 내게 오는 작품수도 줄어가고 나를 원하는 캐릭터도 줄어가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렇게 예산이 큰 영화에 캐스팅 됐다는 자체가 영광이었다" - 허준호
"단역 연기자들 사이에서 <신기전> 촬영장에 가면 죽는다고 소문이 났더라" - 김유진 감독
100자평
<로빈후드>와 <음란서생> 사이를 오가는 정재영의 연기는 꽤 흥미로운 요소다. 역대 사극 주인공들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라고나 할까. 종종 신기전을 둘러싼 분위기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스러운 민족주의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꽤 귀엽다.
- 주성철 <씨네21> 기자.역사에 대한 진지함을 거둬낸 사극오락영화다. <신기전>의 외양은 17척 신기전의 위용이지만, 사실상 내용물은 쾌남 정재영의 호쾌한 액션과 가벼운 유머, 자잘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그나마 진지하게 보이는 곳은 중국과 조선사이의 굴욕관계가 묘사되는 대목이다. 치욕을 당한 조선이 힘을 키워 중국을 제압한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민족의 우수성과 자긍심 고취라는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사실 이 조차도 진지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니 이 영화를 놓고 국수주의적이라거나, 혹은 무기를 개발해 적국을 제압하는 설정에서 제국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등의 논란을 벌이는 것도 유명무실하다. 사극의 계보로 놓고 볼때 <신기전>은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나 <음란서생>과도 엮이지 않고, <황산벌>이나 <왕의 남자>와도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신기전>은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 콤비의의 드라마 <허준>이나 <상도>의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웃음과 감동, 액션, 멜로가 한데 모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그런 가벼움이 되려 밋밋해 보일 때도 있다.
-강병진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