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느니
2008-08-28
글 : 문석
롤링 스톤스를 다룬 록 다큐멘터리 <샤인 어 라이트>의 제작 배경

마틴 스코시즈가 연출한 <샤인 어 라이트>는 롤링 스톤스의 공연 실황을 그 어떤 록 다큐멘터리보다 생생하게 포착하는 영화다. ‘구르는 돌(a rolling stone)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처럼 1962년 결성된 이래 쉬지 않고 질주해온 롤링 스톤스와 그들을 다룬 영화들, 그리고 <샤인 어 라이트>의 제작 배경을 살펴본다.

1. 롤링 스톤스

롤링 스톤스

롤링 스톤스는 현존하는 록밴드 중 가장 오랫동안 정상에서 군림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수차례 멤버 교체는 있었지만, 한번도 해체되지 않은 채 4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이 밴드의 중심에는 65살 동갑내기인 보컬 믹 재거와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가 있다. 초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런던의 블루스 음악계에서 활약하다 한살 위인 브라이언 존스를 만났고, 의기투합해 1962년 롤링 스톤스를 결성한다. 이 이름은 이들 모두 존경하는 블루스 기타리스트 머디 워터스의 노래 <Rollin’ Stone>에서 따왔다. 드러머 찰리 와츠, 베이시스트 빌 와이먼이 참여해 안정적인 팀이 꾸려진 것은 63년. 69년 브라이언 존스, 74년 믹 테일러가 각각 탈퇴한 뒤 75년 로니 우드가 들어오고, 91년 빌 와이먼이 탈퇴한 뒤로 현재의 재거, 리처즈, 와츠, 우드의 4인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롤링 스톤스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블루스다. 재거와 리처즈의 음악적 뿌리인 블루스는 60년대 초 ‘로큰롤 혁명’과 결합되면서 거칠고 강하면서도 흥겨운 롤링 스톤스만의 음악세계가 구축됐다. 이후 롤링 스톤스는 컨트리 음악, 포크, 레게,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요소를 불어넣는 음악적 모험을 전개해왔다. 음악평론가들은 ≪Aftermath≫를 발표한 66년부터 ≪Beggars Banquet≫ ≪Let It Bleed≫ ≪Sticky Fingers≫, 그리고 ≪Exile on Main St.≫가 나온 72년까지를 이들의 음악적 최절정기로 평가한다. 데뷔 초기부터 ‘모든 면에서 비틀스의 정반대’라는 식으로 홍보돼왔던 롤링 스톤스는 실제로도 모범생 느낌의 비틀스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마약과 섹스를 적나라하게 묘사해온 가사나 심심할 만하면 불거졌던 마약문제, 주변을 어른거렸던 죽음의 그림자(브라이언 존스의 자살 등)는 이들의 과격한 이미지를 강화했다.

놀라운 점은 80년대 이후 음악적 발전이 정체를 맞이했음에도 팬들의 성원, 특히 공연장에서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졌다는 사실이다. 89년부터 90년까지 진행된 ‘스틸 휠스 투어’가 1억4천만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3억1900만달러 흥행의 ‘부두 라운지 투어’(1994~95년), 3억3900만달러 흥행의 ‘브리지스 투 바빌론 투어’(1997~99년), 그리고 역대 최고 흥행 투어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비거 뱅 투어’(2005~2007년, 5억5825만달러)까지 롤링 스톤스는 가장 인기있는 밴드로 거듭났다. 최고 흥행을 거둔 투어 베스트5 중 U2의 ‘버티고 투어’를 제외하면 4개가 롤링 스톤스에 의한 것이다.

2. 롤링 스톤스를 다룬 영화들

<김미 셸터>

롤링 스톤스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상당히 많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메이즐스 형제의 <김미 셸터>(1970)다. 69년 롤링 스톤스의 미국 투어를 담은 이 다큐는 알타몬트에서 가진 무료공연 당시 행사 경비를 맡았던 ‘헬스 앤젤스’(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준 범죄단체) 단원들이 한 흑인 청년을 칼로 찌르고 무자비하게 구타해 살해한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롤링 스톤스는 작가 감독들에게 사랑받아왔다. 다큐멘터리 작가 피터 화이트헤드가 이들의 아일랜드 공연을 담은 <찰리 이즈 마이 달링>(1966)을, 장 뤽 고다르는 반문화운동의 한 부분으로서 이들을 담은 <Sympathy for the Devil>(1968)을, 로버트 프랭크는 이들의 마약과 문란한 생활을 담은 <Cocksucker Blues>(1972)를 만들었으며 할 애시비 또한 80년대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담은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1983)를 연출했다. 믹 재거는 니콜라스 뢰그의 <퍼포먼스>(1970), 토니 리처드슨의 <네드 켈리>(1970)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3. <샤인 어 라이트>

<샤인 어 라이트>

‘비거 뱅 투어’ 도중 믹 재거는 2006년 2월 개최된 리우데자네이루 공연 실황을 아이맥스영화로 담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열린 이 무료공연에는 무려 150만명이 참여했는데, 공연을 몇달 앞둔 상황에서도 이 광경은 장관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잘 찍을 수 있는 감독이 누굴까’ 고민하던 롤링 스톤스 멤버들은 <우드스탁>(1970)에 편집자로 참여했고 <라스트 월츠>(1978)를 만든 스코시즈를 적임자로 떠올린다. 이 제안을 받은 스코시즈는 거대한 공연장이라면 아무리 잘 잡아낸다 해도 밴드 멤버들의 모습이 코딱지만큼 작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 뉴욕의 비콘 시어터에서의 공연을 역제안한다. “관객과 밴드 사이의 좀더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샤인 어 라이트>에 나오는 바와 같이 재거가 연주할 곡 목록을 놓고 공연 직전까지 고민했던 것도 2800석짜리 극장에 걸맞은 레퍼토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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