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와키 치즈루의 한국 나들이는 잦은 편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그녀는 이후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자리라면 빼놓지 않고 한국을 찾았다. 그녀의 신작 <음표와 다시마>가 초청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역시 마다할 수는 없는 자리였을 것이다. “이제는 낯선 구석이 없다. 서울에 오면 숙소도 거의 비슷한 곳에서 있고, 밥도 주로 먹던 곳에서 먹는다. 마치 옆동네로 놀러온 기분이다.”(웃음) 게다가 최근에는 한일합작영화인 <오이시맨>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녀의 이번 한국 나들이에는 <음표와 다시마>를 연출한 이노우에 하루오 감독이 동행했다.
- <음표와 다시마>의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한 건가.
이노우에 하루오| <음표와 다시마>는 지난 2006년 에픽레코드재팬이 설립한 시네뮤지카의 4번째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서 음악을 알리고 음악을 통해서 영화를 표하는 시도라고 보면 된다. 일단 ‘음표’라는 것을 떠올렸고, 이걸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구상했다. 언니가 한동안 잊고 있던 음표를 찾아 동생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 영화와 음악을 공동프로모션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룰이 있을 것 같은데.
이노우에 하루오| 그렇다. 영화의 한장면은 무조건 그 자체로 뮤직비디오가 되어야 한다. 이건 너무나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말하는 건데, 그 장면은 예고편으로도 그대로 쓰인다.(웃음)
- 이케와키 치즈루가 연기한 가린은 아스페루가 증후군이라는 걸 앓고 있다. 가린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이케와키 치즈루| 가린은 매사에 열정적인 여자다. 물론 여동생 모모에게 엉뚱한 행동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녀가 하는 모든 행동은 오로지 여동생을 위해서 이루어진다. 그런 에너지가 마음에 들었다.
이노우에 하루오| 가린이 앓고 있는 아스페루가 증후군은 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은 게 특징이다. 그래서 가린에게는 여동생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게 하나의 모험이다. 그런 도전의 이야기라고 보면된다. 당연히 열심일 수 밖에.(웃음)
- 이케와키 치즈루의 어떤 점을 보고 캐스팅했나.
이노우에 하루오| 그건 직감 같은 거다. 영화의 여러 이미지를 간직하던 중, 문득 이케와키 치즈루가 떠올랐다. 사실 그렇게 영화를 만들면 부담되는 게 너무도 많은 데, 이번에는 그녀의 연기 덕분에 영화에 깊이가 더해진 것 같다. 그녀는 크랭크인 전부터 가린이 되어 있었다. 누가 준비하기도 전에, 먼저 양손에 큰 트렁크를 들고와서는 “가린은 이런 모습으로 모모를 찾아왔겠죠?”라고 말하더라. 이번 영화는 그처럼 뭔가 텔레파시가 통하는 작업이었다.
- 가린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와 비슷해 보였다. 조제는 몸이 불편하지만, 사실상 그 때문에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벽을 쌓고 있지 않나. 그것도 자폐증과 다름없는 증상이지 않을까?
이케와키 치즈루| 사실 나에게 있어서 그들은 별개의 인물이다. 하지만 말씀하셨듯이, 조제는 몸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상처를 안고 있다. 그런 걸로 봤을 때, 가린이나 조제나 몸과 마음을 일치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런 아픔을 혼자 안고 살아가야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여자일 수도 있다.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한국에 수입한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가 ‘조제’라는 이름의 와인바를 만든 걸 알고 있나?
이케와키 치즈루| 아, 알고 있다. 그 가게가 오픈하던 날 갔었다. 나로서는 굉장히 기쁜일이었는 데, 마치 그 와인바가 내 가게 같더라.(웃음)
- 조성규 대표가 혹시 수익배분을 해준다고 하지는 않았나.
이케와키 치즈루| 그런 건 안했는 데, 혹시 주시지 않을까? (웃음) 한국에 와서 그 가게를 가봤다는 사람들을 종종 봤는데, 그러면 마치 내가 감사해야 할 것 같더라.(웃음)
- 한일합작 영화인 <오이시맨>은 얼마나 작업했나
이케와키 치즈루| 거의 완성단계다. 그 영화를 찍으면서 정유미를 만난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너무 귀엽더라. 영화 속에서는 직접 만나는 장면은 없는데. 같이 식사를 한적이 있다. 예쁘고, 겸손하고, 털털한 사람이었다. 감독님도 정유미는 공주가 아니라서 좋다고 하더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