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칸트, 카바레 쇼걸과 사랑에 빠지다 <푸른 천사>
2008-09-05
글 : 이영진

<푸른 천사> The Blue Angel
요세프 본 스테른베르그/독일/1930년/107분/흑백/독일영화사 특별전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 카바레 쇼걸과 사랑에 빠지다! 개봉 당시 홍보 문구가 이쯤 되지 않을까. 고지식한 원칙주의자인 대학교수 임마누엘 라쓰(에밀 야닝스)는 학생들의 계도를 위해 ‘푸른 천사’ 라는 이름의 바에 들렀다 노래하는 무희 롤라(마를레네 디트리히)에게 빠져든다. 하인리히 만의 소설 <운라트 교수>가 원작. 요부의 사이렌에 이끌려 권위의 상징물을 하나씩 무장해제 당하는 라쓰는 결국 자신이 경멸했던 벌거숭이 광대가 되어 조롱과 비웃음을 산다. “찰리 채플린에게 천재 소리 들었던” 요세프 본 스테른베르그의 풍부한 시각적 장치는 독일 최초의 유성영화라는 사실을 머쓱하게 만들 정도다. 극중에서 얼빠진 라쓰를 향해 ‘Falling in Love again’를 부르는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출세작. <푸른 천사>는 독일 스튜디오 우파(Ufa)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에리히 포머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세계영화 시장을 겨냥한 국제적” 프로젝트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그는 <최후의 명령>(1928)으로 오스카를 거머쥔 에밀 야닝스와 요세프 본 스테른베르그를 할리우드에서 데려와 <푸른 천사>를 만들었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세기의 팜므파탈’로 올라섰지만, 그녀와 함께 할리우드로 돌아갔던 요세프 본 스테른베르그와 이후 나치의 앞잡이 노릇을 해야 했던 에밀 야닝스는 추락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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