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오직 ‘몬티’를 위한 영화
2008-09-06
글 : 한창호 (영화평론가)
<지상에서 영원으로>
<지상에서 영원으로>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는 다시 보면 낭만적인 상투성으로 가득 찬 영화이다. 불륜의 열정과 이별, 의리와 복수, 반항적인 사병과 타락한 장교 등 흔히 볼 수 있는 테마들이 뒤섞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이런 상투성이 빚어내는 통속적인 흥분에 감동했다. 무엇보다도 그런 상투성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버트 랭카스터, 데보라 카, 프랭크 시나트라, 도나 리드 등 당시의 촉망 받는 스타들이 경쟁하듯 자신들의 장점을 펼쳐보였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빛났던 단 한 명의 스타는 단연 ‘몬티(Monty)’, 곧 몽고메리 클리프트(1920~1966)였다.

그는 삐딱한 태도로 모자를 비스듬히 쓴 채 ‘더블백’을 메고 등장하면서부터 단숨에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맑은 눈, 짙은 눈썹, 얼굴의 윤곽선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미남이었다. 그렇게 ‘바르게’ 생긴 청년이 옳지 않은 일에 반항하는 태도는 더욱 강렬한 동일시를 자극했다. 제임스 딘이 몬티의 태도에서 반항의 매력을 배웠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 속의 몬티는 어찌 보면 지나칠 정도로 낭만성과 상투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꽃미남이지만, 웬만한 거구는 한 주먹에 때려눕히는 권투 실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트럼펫은 어찌나 잘 부는지 재즈 플레이어 뺨치는 수준이다. 이런 남자를 보고 매력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가 술에 취해 트럼펫을 불 때, 또는 친구 안젤로(프랭크 시나트라)가 죽었을 때 병영 연병장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며 트럼펫을 부는 모습은 영원히 기억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그는 의리도 있어, 안젤로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홀로 단검을 들고 목숨을 건 싸움도 서슴지 않는다.

몬티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말론 브랜도와 더불어 메소드 연기의 절정을 과시하며 단숨에 스타가 됐다. 1948년 하워드 혹스 감독의 <붉은 강>에서 존 웨인의 아들 역으로 데뷔한 뒤, 조지 스티븐슨의 <젊은이의 양지>(1951), 히치콕의 <나는 고백한다>(1953), 그리고 바로 이 영화로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1956년 교통사고로 그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고통이 심해 그는 진통제와 술 없이는 살 수 없는 폐인으로 변해갔다. 아름다운 남자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웬만한 비극 드라마보다 더욱 비극적이었다. 결국 그는 1966년 45살의 젊은 나이로 죽고 만다. 그의 죽음은 전설이 되어 영국의 펑크그룹 클래시(The clash)는 ‘The Right Profile’를 발표하며, 몬티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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