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제임스는 어린 시절부터 오래된 물건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스무살이던 1969년, 게일로드 카터의 무성영화 음악연주를 보고선 “나도 저걸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도 옛 것에 대한 애정때문이었을 것이다. 4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일년 중 삼분의 이 이상을 해외에서 공연”하며 보낼만큼 바쁜 오르가니스트이자 무성영화 음악연주자다. 그는 이번에 남산 한옥마을에서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황태자의 첫사랑>을 배경으로 피아노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황태자의 첫사랑>은 그에게 “악몽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지난 1992년, 처음 <황태자의 첫사랑>에 맞춰 연주를 한 그는 공연 하루 전날 자신이 “동명의 엉뚱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됐다. “평소 6주 정도 걸리는 작업을 밤을 꼴딱 새워 하루만에 완성”시키는 초능력을 발휘해서 겨우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그는 인터뷰 동안 무성영화 음악연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길게 들려줬다. “유성영화 이전의 시대에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화와 함께 음악 연주를 본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소리가 없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고루한 취향 정도로 여겨지는 무성영화와 음악연주가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의 “풍부한 음색과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없다. 국내에는 그가 연주할 만한 오르간이 없는 탓에 피아노 솔로를 준비했기 때문. 그는 “피아노 공연을 외국에서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다음에라도 한국에서 오르간 연주를 들려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마지막으로 “영화와 공연을 보며 열린 마음으로 반응하고 감정을 표현하라”고 관객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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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첫사랑> 상영시 피아노 연주 들려줄 오르가니스트 데니스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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