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남미의 열대기후와 유럽의 도회적인 감각 <러브 앤드 히스테리>
2008-09-07
글 : 박성렬 (객원기자)

<러브 앤드 히스테리> Love in the Time of Hysteria
알폰소 쿠아론/멕시코/1991년/90분/컬러/공식초청부문

지적인 업종에 종사하는 카피라이터 토마스(다니엘 지메네즈 카초)는 잠자리에서만큼은 본능의 화신으로 탈바꿈한다. 마감에 쫓기며 광고 슬로건을 만들다가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에게 정욕을 느끼는가 하면, 마감을 앞두고 직장 상사와도 잠자리를 함께한다. 거칠게 성교를 해대는 탓에 항상 피임 절차를 잊어버리기 일쑤고 잠자리를 함께 한 뒤엔 어김없이 여인의 가슴에 상처를 안긴다. 그러나 뉴튼의 물리법칙처럼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는 법”. 토마스와 잠자리를 함께한 여간호사가 독기를 품고 토마스의 에이즈 보고서를 양성으로 꾸미면서 토마스의 전설은 파국을 맞는다. 후일 <이 투 마마>, <위대한 유산>,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 데뷔작에서도 명민한 기교를 부려놓았다. 정숙하지 못한 변강쇠가 엄벌을 받는다는 내용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후앙’에서 가져온 이야기고, 그 이후의 질박한 웃음이 묻어나는 개과천선 줄거리는 <한 여름밤의 꿈>이나 <사랑의 헛수고>같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각 챕터의 머리를 장식하는 문학적 인용과 모차르트의 감미로운 선율은 영화를 색다르게 만든다. 한 마디로 남미의 끈적한 열대기후와 유럽의 도회적인 감각을 한 데 섞은 듯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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