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니까요” 6일 <미워도 다시 한번> 상영을 앞두고 충무로 대한극장을 찾은 배우 전계현(72). 관객들이 너도 나도 악수를 청하는 바람에 영화 관람도 못하고 자리를 피해야 했다고 김홍준 영화제 기획위원이 대신 전한다. 인터뷰 장소인 극장 옥상 쉼터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다시 반복됐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느냐”는 전계현의 말에 한 젊은 관객은 “부모님께 가져다 드리면 굉장히 좋아할 것”이라며 싸인을 부탁하기도. 1968년 여름에 개봉한 정소영 감독의 <미워도 다시 한번>은 서울에서만 무려 37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그 해 한국영화 흥행 톱을 차지한 작품.(고작 그 뿐이냐고 코웃음 치지 마라. 당시 서울 인구를 감안하면, 초대박 영화다) 복고 멜로드라마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이 영화는 같은 제목으로만 무려 5번이나 더 만들어졌을 정도로 화제작이었다. “TV에서 정치인들이 ‘미워도 다시한번’ 봐달라고 할 때마다 웃곤 해요” 50대라고 해도 믿을만큼 팽팽한 피부를 가진 그는 “극장에서 나올 때면 다들 눈이 빨개졌다. 저지른 죄가 많아서인지 남자들도 많이 울었다”면서 “<미워도 다시한번>의 매력은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쁘고를 정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캐릭터들을 한번 봐요. 다들 제 입장에선 이유있는 사연을 갖고 있잖아요”라고 흥행 배경을 덧붙였다. <미워도 다시한번>은 배우 전계현에게 ‘제2의 도약’를 선사한 동시에 인간 전계현에게도 각별하다. ‘아폴로11호’ 발사와 함께 유명세를 탄 조경철 박사와의 만남도 주선했으니까 말이다. “미국에서 귀국해서 그 분이 처음 본 한국영화가 <미워도 다시한번>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영화에서 남편의 배다른 자식을 친자처럼 아끼잖아요. 영화 보고 저렇게 착한 여자가 있느냐면서 나한테 관심을 갖게 됐다는데, 실제 나랑 캐릭터랑 헷갈린 거죠.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