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정상을 향하는 강한 남자의 본색
2008-09-07
글 : 박성렬 (객원기자)
사진 : 김진희
<푸른 이끼>의 배우 여문락

액션스타 돌프 룬드그랜과 생일이 같은 여문락은 과격한 마초인 룬드그랜과 달리 주로 터프한 의리남을 연기했다. <무간도>와 그 후속편에서는 양조위의 청년과 소년시절을 연기하며 비장한 운명의 서막을 알렸고, <남아본색>에서는 쌍절곤을 능숙하게 돌려가며 강한 남자의 본색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군계>에서는 격투가였고 <강호>에서는 친형의 복수를 꿈꾸는 조직원이었다. <푸른 이끼>에서 여자를 해하려는 악한에게 곡괭이를 내리치는 그의 비정한 모습은 지난날의 총결산이나 다름 없다. 궁극에 도달한 이 남자의 터프함이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알려진 것은 바로 이번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처음일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여문락은 아직도 한국 땅이 어색한 듯 "홍콩에 비하면 날씨가 서늘하다"고 말하며 자리를 벗어날 때에는 어김없이 긴팔 남방을 걸쳤다. 알고 보면 날씨도 제법 타는 남자인 듯. 로맨틱 코미디 <내일>과 청춘 드라마 <애정백서>로 전성기를 장식한 여문락은 홍콩의 TV드라마 시리즈 <짜오안 상하이>에서 한류스타 장나라와 함께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끈기 있고 노력하는 한국인의 습성이 좋았다"는 것이 그가 가진 장나라에 대한 추억이다. TV드라마와는 달리 스크린에서는 꾸준히 터프한 배역을 맡아온 것에 대해 그는 "고의적으로 선택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이 선호하는 배역이었다"고 답했다. 섬세하면서 신중한 그에게 자신을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하니 그는 미간을 가운데로 모았다. "음, 산 오르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적으로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꾸준하게 등반해서 꼭대기에 오르는 것이 좋다." 그는 스크린 안의 터프가이보다 멋진 남자였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