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소녀가 사랑과 꿈을 찾는 과정 <나는, 인어공주>
2008-09-08
글 : 강병진

나는, 인어공주 The Mermaid
안나 멜리키얀 | 러시아 | 2007년 | 114분 | 컬러 | 국제경쟁부문

바다에서 헤엄을 치던 엄마와 마침 그곳에서 물고기를 잡던 아빠가 물 속에서 사랑을 나눴다. 알리사는 그렇게 바다에서 잉태된 아이다. 알리사가 6살이 되던 해, 그녀의 마을에 개기일식이 찾아온다. 달이 태양을 삼키던 그 순간, 알리사는 말을 삼키기로 결심한다. 딸의 침묵을 장애로 받아들인 엄마는 알리사를 특수학교에 보내고 그곳에서 알리사는 ‘소원을 이루는 마법’을 배운다. 다시 시간이 흘러 17살이 된 어느 날, 마을을 떠나고 싶었던 알리사가 소원을 빌자 마을에 몰아닥친 태풍이 집을 날려버린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결국 알리사와 엄마, 외할머니는 "갈 곳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모스크바로 향한다. <나는, 인어공주>는 육지에 발을 디딘 인어공주의 험난한 모험극이다. 영화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이야기의 기본 틀거리로 차용해, 소녀가 사랑과 꿈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않는 왕자에게 가슴앓이를 하던 인어공주와 달리 알리사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아찔한 현기증을 경험한다. “승자는 얻고, 패자는 잃을 뿐이다.” “발전과 진보는 당신의 몫이다” 등등 자본주의적 경구가 도처에 자리잡은 모스크바의 풍경은 바다에서만 살던 이에게는 낯선 풍경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도시는 알리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그녀는 인어공주 마냥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여성의 판타지를 집요하게 탐구한 성장담인 동시에. 급변하고 있는 지금의 러시아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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