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비트 세대의 반영웅을 찬양하며
2008-09-08
글 : 한창호 (영화평론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밀로스 포먼 | 1975년 | 135분 | 컬러 | 까르뜨 블량슈

밀로스 포먼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는 27살의 신예작가 켄 케이시의 데뷔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그가 직접 정신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배운 경험으로 썼다. 1962년 발표됐는데, 그때는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비트족의 반항과 개인주의에 대한 낙관을 희망한 이 소설은 브로드웨이에서 연극화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격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책이 나오자마자 저작권을 샀고, 자신이 주인공 머피 역을 맡아 1963년에 무대에 올렸다.

소설은 1975년 영화화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제작자는 커크 더글러스의 아들이자 훗날 아버지만큼 유명한 스타가 되는 마이클 더글러스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리얼리즘 미학에 뛰어난 연출자를 찾았다. 감독 선임은 포먼으로 결정됐는데, 문제는 주연이었다. 아버지는 계속 머피 역에 욕심을 냈다. 아들은 생각이 달랐다. 그가 머피 역을 하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고, 당시 한창 메소드 연기로 주가를 올리던 배우 중에서 캐스팅하기를 원했다. 이 일로 부자간에 금이 가고 말았지만, 마이클은 최종적으로 잭 니콜슨을 선택됐다. 남자 배우를 거물급으로 썼으니, 여자 배우는 더 이상 욕심낼 수 없었다. 데뷔만 했지 거의 10여 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루이스 플레처를 기용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정신병원이었다. 감독과 제작자는 무려 40여 곳이 넘는 정신병원을 방문했다. 의학적 도움과 촬영협조까지 얻기 위해서였다. 승낙을 받아낸 곳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오레곤 주립병원이다. 이 병원의 책임자였던 딘 브룩스 박사는 영화에서 진짜로 정신병원의 책임자인 스피비 박사로 나온다. 그 이외의 비전문 배우는 인디언 추장 역을 맡은 윌 샘슨이다. 그는 인디언 후손으로 로데오 선수였다. 나머지는 전부 전문배우들이다.

영화는 지금 보면 노골적일 정도로 미국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아무 탈 없이 살고 싶으면 찍소리 말고 식물인간처럼 처박혀 있고, 만약 이에 반항하면 돌이킬 수 없는 처벌이 따르리라는 것이다. 정신병원은 베트남 전쟁이 막 끝난 뒤의 터질 것 같은 억압적인 미국 사회를 은유한다. 환자들을 순응자로 만들기 위해 병원은 마치 공장의 기계를 돌리듯 빈틈없는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저항하는 비트족의 반영웅이 맥머피(잭 니콜슨)이다. 맥머피의 의지를 계승하여 정신병원의 유리창을 깨고 필사의 도주를 하는 추장의 행동에서, 개인의 자유라는 영원한 가치를 희망하는 전형적인 비트세대의 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아카데미의 주요 5대상, 곧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그리고 시나리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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