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로맨스와 공포를 한 데 엮다 <코마>
2008-09-09
글 : 박성렬 (객원기자)

코마 Koma
나지량 | 홍콩 | 2004 | 88분 | 컬러 |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장르

신장이 하나밖에 없는 칭(이심결)은 희귀한 혈액형 때문에 새로운 신장을 이식받을 수도 없는 처지다. 도시에서는 사람들의 신장을 노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유력한 용의자인 링(임가흔)은 칭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칭은 남자친구 웨이(허지안)의 도움을 구하지만 알고 보니 웨이는 과거에 링과 잠자리를 함께 한 사이다. 그러나 몸이 나약한 칭은 웨이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링 역시 웨이를 원하고 있어 협박은 더더욱 공공연해진다. <이도공간>의 나지량 감독은 또다시 로맨스와 공포를 한 데 엮었다. 사랑을 다루는 관점은 여전히 냉소적이어서 사랑은 곧 파멸과 동의어로 나타난다. 장국영이 연인을 돕다가 이도공간의 공포에 전염되었듯, 똑같이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자는 적이 되었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피할 수 없는 비극을 향해 달려간다. 사랑을 독식하려는 두 여자의 질투심은 서로의 신체를 훼손하고 죽은 자의 한(恨)에 버금가는 공포감을 조성하지만 우정은 한 여자의 목숨을 구한다(구명(救命)이 바로 코마의 원제다). 감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코마>만의 특징이다. 100분의 러닝타임을 거의 정적인 화면으로만 채워 넣었던 <이도공간>과 달리 88분 길이의 <코마>는 CG와 효과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장시간의 따분한 여행에 강제적으로 몰입을 요구하지 않는 <코마>는 즐기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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