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누구나 저마다의 특별한 능력이 있다
2008-09-10
글 : 강병진
<핸들 미 위드 케어>의 감독 콩데이 자투라나사미

나는 왜 이럴까. 영화 <핸들 미 위드 케어>는 감독인 콩데이 자투라나사미의 자문자답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그는 거울에 반영된 자신이 “보기 싫었다.” “누구나 자신이 부족하거나,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할 것 같았다. 이런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부족함과 지나침 가운데 콩데이가 선택한 건 후자였다. 주인공 콴은 팔이, 그것도 왼팔이 하나 더 있는 남자다. 그는 팔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팔이 2개 뿐인 사람들 보다 잘할 수 있는 건 더 많지만, 하나 더 있는 팔 때문에 일반적인 삶에 동화될 수 없는 아픔을 갖고 있다. <핸들 미 위드 케어>는 콴의 성장통을 소소한 유머들로 묘사하는 한편, 따뜻한 온도로 감싸 안는다. 태국의 인기시나리오 작가이자 인기배우인 콩데이 자투라나사미 감독도 그처럼 유쾌하고 따뜻한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

- 거울을 봤을 때, 본인의 어떤 점이 보기 싫던가.
= 외모가 불만족스러웠다.(웃음) 아마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기는 힘들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는 잘생긴 사람이어도 정작 자신은 단점이 보일테니까.

- 그런 느낌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어떤 고민을 했나.
= 이 영화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주인공 콴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다. 누구나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남들과 다른 게 있을 텐데, 어떤 이들은 무덤덤하게 넘겨도 또 어떤 이들한테 그것은 상처고 스트레스다. 그것 때문에 자신이 싫어지는 것이다. 콴이 찾는 해결점이라는 건, 그런 느낌이 누구나에게 있는 것이니까, 자신부터 사랑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 왜 하필 팔이 하나 더 있는 남자였나.
= 처음에는 눈이 세 개인 남자도 생각했다.(웃음) 하지만 아무래도 관객이 보기에는 부담스러울 것 같더라. 하지만 팔이 하나 더 있는 사람은 그다지 거부감도 없고, 재밌는 장면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눈이 3개인 건 딱히 일상에 큰 도움이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팔이 3개면 보통 사람들 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아이러니가 재밌었다.

- 콴의 왼손은 슈퍼히어로들의 날개와도 같은 존재 같다. 그러한 또 다른 왼손이 가진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나.
= 팔을 하나 더 가지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니 무시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다.(웃음) 꼭 신체적인 부분의 특징이 아니어도 누구나 저마다의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그러한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콴 역시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손이 가진 능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 콴의 또 다른 왼손이 매우 자연스럽다. 어떻게 구현했나? CG를 이용했나?
= 여러 테크닉을 사용했다. 가짜 팔 모형도 사용했지만, 가장 많이 이용한 건 배우 뒤에서 또 다른 사람이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가장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다행히 주연배우와 피부톤도 같고, 비슷한 모양의 팔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운 좋게 느낀 부분이다.

- 영화는 장애인을 다루고 있는 데, 다른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과 달리 주인공의 주변사람들을 나쁘게 묘사한 것 같지 않다. 콴은 누군가에게 돌을 맞는 것도 아니고 욕을 먹는 일도 없지 않나.
= 맞다. 그런데 그건 내가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었다. 아마도 태국사회의 분위기가 영화에 담긴 것 같다. 물론 태국사람들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엿보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심각할 정도로 차별을 하거나, 멀리하거나, 놀리는 경우는 없다. 영화에서도 콴이 수술을 받아 팔을 잘라낸 후 고향으로 돌아오면 마을 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반응은 똑같다. 오히려 팔이 3개였던 콴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 태국이란 곳이 정말 그런 나라다.(웃음)

- <핸들 미 위드 케어>를 본 관객들이 어떤 즐거움을 가졌으면 좋겠는가.
=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봤으면 좋겠다. 또 그에 대한 해답을 직접 찾는 계기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당신도 영화를 찍은 다음에 느낀 게 있지 않았을까?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찍은 후에 뭔가 느껴지더라. 주인공 콴이 엄청나게 험한 여행을 겪은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왠지 나도 고향으로 가고 싶어졌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고. 그런 안락함이 그리워졌다.

사진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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