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후예> Descendants of Cain
유현목 | 한국 | 1968년 | 112분 | 흑백 | 한국영화 추억전 #8
황순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반공영화. 이데올로기의 서늘한 칼날 아래 피비린내 진동하는 양지골의 비가(悲歌)를 흑백 시네마스코프에 담았다. 1946년 평안도 양지골, 조선노동당 보안소장(장동휘)은 토지개혁을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존경받던 마을 지주의 아들 박훈(김진규)은 하루아침에 반동으로 내몰린다. 지주 아래서 마름으로 일했던 도섭 영감(박노식)은 반동분자를 색출하는데 앞장서고, 박훈의 집 살림을 돌보던 도섭 영감의 딸 오작녀(문희)는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다. 박훈에게 연정을 품고 있지만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오작녀는 완장차고 다시 자신 앞에 나타난 전 남편(최봉)의 행패를 견뎌야 한다.
<카인의 후예>는 “데뷔 이래 10년이 지나도록 반공영화라 할 만한 작품을 만들지 않았던” 유현목 감독의 첫번째 반공영화다. 1960년대 후반 제작사들은 흥행이 보장되는 외화수입쿼터를 따기 위해 정부의 문예영화, 반공영화 양산에 앞장섰고, <카인의 후예>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개봉 당시 ‘반공영화의 차원을 한 단계 뛰어넘은’ 작품이라고 평가받았다. 비겁한 지식인의 전형인 박훈에게 주먹을 날리는 오작녀의 남편,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피붙이들을 향해서까지 낫을 드는 도섭 영감 등을 통해 카메라는 미쳐가는 세상 아래에서 무기력한 인간들의 대립과 반목을 드러낸다. 대개 영화 속 주인공 혹은 화자를 유현목 감독의 분신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카인의 후예>의 김진규는 꼭 그렇다고 보기 뭣하다. 태극기 휘날리는 인민재판 장면(‘옥의 티’라고 시비 걸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던 시절이었다)에서 슬쩍 군중들을 빠져나와 담배를 피우던 노인. 그야말로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자유여야 한다”고 역설했던 감독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인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