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방방곡곡 서민의 풍경과 인생을 담아
2008-09-10
글 : 박성렬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일촉즉발>의 감독 고군서

손목에는 염주를 찼고, 머리는 빡빡 밀었다. 고군서 감독은 마치 물욕을 잊은 스님 같아 보였다. “원래 화려한 것보다는 서민적인 것을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한국의 포장마차에도 가봤고 소주도 마셔봤다.”(웃음) 그가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내놓은 <일촉즉발> 또한 서민적인 풍경을 가득 담은 스릴러 영화다. 감독의 취향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영화의 주인공 ‘노어’는 직업 경찰로서의 면모보다 평범한 가장의 면모가 도드라지는 인물이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고군서는 “깡패와 폭력배 등 강인한 남자가 많이 나오는” 형사드라마를 만드는 한편, 카메라 기자로 일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고 말한 그는 “당신과 나를 포함해 사람들의 90%이상은 전부 서민들이 아닐까. 나도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촉즉발>의 주인공인 ‘노어’를 연기한 배우는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일반인이라고. 게다가 실제 직업이 경찰서장이란다. “물론 그들은 전문배우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전문배우와는 또 다른 유머러스하면서 친근한 매력이 있다. ‘노어’역의 배우는 특히 너무 좋은 사람이라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중이다.”(웃음) <일촉즉발>로 좋은 성과를 거둔 고군서는 앞으로도 비전문배우들을 기용해 서민들의 삶을 그리는 영화들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준비해 놓은 영화가 약 20편”이라고 밝힌 그는 “소시민들이 바라보는 중국을 드러내볼 생각”이라며 “<일촉즉발>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은막 뒤의 소식을 전했다. “실화의 주인공은 온 몸에 박힌 유리 파편으로 아직도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일자리를 찾던 그의 아들은 진짜 경찰이 됐다고 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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