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배우로 진화한 90년대 ‘청순’ 아이콘
2008-09-10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객원 프로그래머로 충무로 찾은 배우 양채니

1990년대 순수와 청순의 아이콘이었던 홍콩배우 양채니가 충무로를 찾았다. 그녀는 <양축>(1994), <동사서독>(1994), <타락천사>(1995)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90년대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보낸 대표적인 여배우다. <양축>에서 보여준 성질 급한 남장여자나, 실연의 아픔 때문에 처음 만난 남자에게 무턱대고 기대는 여자를 연기했던 <타락천사>에서의 모습들은 9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한국남성들에게도 잊지 못할 장면일 것이다. 이번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객원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그녀는 관객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로 <양축>과 최근작인 <방콕 데인저러스>를 꼽았다.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말 못하는 약사다. 배우로서 중요한 무기인 언어를 사용할 수 없어 연기에 제한이 있었을 것 같았지만 그녀는 “말을 못하는 배역이기 때문에 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에게는 언어만큼이나 얼굴도 중요한 법. 한때 뭇 남성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청순한 외모는 그녀의 연기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어차피 연기할 때는 이야기에 맞춰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외모가 득이 되거나 방해가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생활 속에서 사람들에게 편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웃음) “캐릭터에 진심을 갖고 몸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비우는 일”이란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내 생각과 습관을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려 한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체계적인 연기철학을 가진 그녀는 왜 아직까지 홍콩배우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두기봉 사단에 합류하지 않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부터 준비하겠다. 당신이 두기봉을 만나서 ‘왜 양채니와 함께 작업하지 않느냐. 그녀는 벌써 준비하고 있다더라’고 얘기해 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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