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백성현] 새로운 포트폴리오의 시작
2008-09-12
글 : 이주현
사진 : 김진희
<울학교 이티>의 백성현

얼마나 펀치를 날렸을까. 주먹 쥔 손에는 아직도 굳은살이 박여 있다. “생긴 건 곱상하게 생겼어도 주먹 하나는 강남에서 최고”인 <울학교 이티>의 백정구를 연기하기 위해 백성현은 6개월 동안 복싱 연습을 했다. “액션스쿨에서 기초체력부터 다져가며 복싱을 배웠어요.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3∼4개월 되니까 스파링하는 형들을 제가 치기 시작하는 거예요.” 때리며 쾌감을 즐기는 것은 잠시, 백성현은 마지막 한방을 위해 계속해서 맞아야만 했다. “무술감독님하고 멋있게 합을 짜서 감독님한테 보여줬더니 ‘너 지금 무술영화 찍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엔 동선만 짜주고 진짜로 때리고 맞고 한 거죠. 시합장면에서 두 번째 다운은 정말로 제가 다운당한 거였어요. 맞는 순간 픽 쓰러졌죠.” 그렇게 고생하며 찍은 장면이지만 막상 스크린에 걸어놓고 보니 아마추어 복싱 티가 많이 나서 아쉬웠다고 한다. 스무살, 그의 연기 욕심은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섯살에 데뷔해 연기 경력만 14년이고, 이제 갓 아역의 꼬리표를 뗐다. <다모>에서 이서진, <천국의 계단>에서 권상우, <영웅시대>에서 차인표, <해신>에서 최수종 아역을 모두 그가 연기했다. 영화 <말아톤>에서는 조승우의 동생 역을 맡았다. “선배들의 아역을 연기하는 것은 그저 계주를 하는데 1번 주자가 되어 먼저 뛰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주눅이 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지난해에는 정일우와 함께 가수 구정현의 <굿바이 새드니스> 뮤직비디오에 투톱으로 출연했다. 그에게 이 뮤직비디오는 아역배우로서의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접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감독님들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저를 다시 보게 됐다고 많이 말씀했어요. 이후로 <키드갱> <코끼리> 그리고 <울학교 이티>까지 찍게 됐고요.” ‘성인, 남자, 배우’로 부르기엔 아직까지 교복이 너무 잘 어울리지만 <울학교 이티>를 찍으면서 그는 처음으로 “느낌을 실어 대사를 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게 됐고, “노메이크업에 부스스한 머리”가 부끄럽지 않음을 알게 됐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내 또래에선 최고가 되고 싶어요.” 조승우와 하정우, 송강호와 설경구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안성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백성현. “이왕 배우가 되겠다고 했는데 저의 정점을 찍어봐야죠.” 그의 젊은 야심은 풋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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