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우마 서먼]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삶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2008-09-24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인 블룸>의 우마 서먼

몽롱한 눈빛으로 이상한 트위스트를 추던 팜므파탈(<펄프픽션>), 노란 이소룡복을 입고 복수의 대상들을 차례차례 제거해가는 냉정하고 강인한 검객(<킬 빌> 시리즈). 우리가 열광하는 우마 서먼의 모습은 관능적인 몸매와 아름다운 금발이 부각될 때가 아니라 유독 긴 팔다리와 서늘하게 긴 눈매가 기이한 조화를 이루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뿜어낼 때 나온다. <킬 빌>의 여전사처럼 고난도 액션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깊은 슬픔과 우울을 담은 그녀의 눈빛은 <인 블룸>에서도 이어진다. 바딤 페렐만 감독은 ‘다이애나’라는 여주인공의 성인 역을 우마 서먼에게 맡겼고(어린 다이애나는 에반 레이첼 우드가 맡았다) 그녀는 15년 전의 상실의 기억과 그로 인한 죄의식으로 심약해져가는 내면 연기를 섬세하게 소화해냈다. 다음은 서면으로 진행한 우마 서먼과의 인터뷰다.

-한국 관객에게 당신은 <킬 빌>의 강인한 여전사로 각인되어 있다. 액션이 없는 심리스릴러를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
=나는 <킬 빌> 이전에도 무척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찍었다. 오히려 액션물이 예외적이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삶, 새로운 인물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나는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인 블룸>은 2년 전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사정상 출연 계획이 없었다. 그 시나리오가 나중에 다시 내게 돌아와서 인연이 된 것 같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깊이 감명받았었다.

-바딤 페렐만의 <모래와 안개의 집>을 보았나.
=물론 보았다. 바딤 페렐만은 현재 순수한 드라마에 전념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다. 요즘 영화산업이 (예전과 비교해) 하도 많이 변해서 순수한 드라마의 경우 다들 좀처럼 손대려 하지 않는 장르인데…

-에반 레이첼 우드와 한 인물을 연기했다(2인1역). 연기하는 데 힘들고 혼란스러운 점은 없었나. 실제로 둘이 만나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나.
=에반과는 항상 서로의 촬영분을 보고 참고했고 의견도 교환했다. 하지만 에반의 다이애나와 나의 다이애나는 어떻게 보면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와 똑같이 연기해야 한다는 식의 압박감은 없었다.

-다이애나의 경험과 내면은 다층적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데, 이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나.
=내가 <인 블룸> 이전에 연기한 인물들은 대부분 ‘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무엇보다 인간적이고 소박하고, 사실적인 인물이다. 삶에 대한 진솔한 사색이 담긴 영화라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며 찍었다.

-이 영화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다. 촬영과정에서 매번 의식적으로 이러한 반전을 염두에 두며 연기에 임했나? 이러한 반전이 당신이 다이애나란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데 영향을 끼쳤나.
=반전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것이어서 그것이 연기를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연기한 다이애나는 어린 다이애나의 꿈의 형상에서 점점 그 꿈이 분해하는 것을 보여줘야 했으므로 그런 감정의 곡선을 이해하며 연기했다.

-당신은 여러 장르의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당신의 출연작들을 돌아볼 때, 어떤 역할에 가장 마음이 가는가 혹은 연기하기 편했나.
=그건 말하기 어렵다. <배트맨 앤 로빈>같이 성공하지 못한 영화에도 개인적으로는 포이즌 아이비 역할을 너무 재미있게 했다. 각각의 인물이 모두 내게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그로부터 뭔가를 배웠으므로 영화는 언제나 나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
=얼마 전 캐서린 디에크먼 감독의 <마더후드>라는 영화를 끝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딸의 여섯 번째 생일날 갑자기 여러 가지 사건을 겪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지금은 <엘로이즈의 파리여행>이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무척 즐겨 읽었던 아동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배우로서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가.
=한때 모든 장르를 다 해봐야겠다는 집념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다 해보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반드시 해야겠다는 역할은 따로 없다. 그저 프로젝트가 좋고, 관심가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을 뿐이다.

사진제공 홍보사 모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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